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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디아'는 미국에 무슨 의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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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20~23일 인도를 방문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전면적 동반자 관계를 다지기 위해 인도를 찾은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인도 방문은 1996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후 10년 만이었다. 각국 외교관과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후 주석의 인도 방문을 주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많은 곳이 미국이다. 그동안 인도를 중국을 견제해 줄 나라 정도로 단순히 여겨 온 미국인들은 이번에 실망했을 것이다. 또 인도가 미국의 가까운 동맹이라고 여겨 온 이들에게는 새로운 사실을 각성시켜 주는 중요한 기회가 됐을 것이다.

바야흐로 인도와 중국의 밀월 기간이다. 이제 더는 과거의 중국.인도 관계를 떠올리면 안 된다. 98년, 조지 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은 중국을 가리켜 '인도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이 인도를 둘러싼 파키스탄과 미얀마와 동맹을 맺고 미사일과 해군을 동원해 인도를 옥죄려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인도 방문은 인도와 중국이 '전략적이고 협조적인 동반자 관계'로 변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경제동맹도 탄탄해졌다. 2001년 36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교역 규모는 2004년에 136억 달러, 2005년에는 187억 달러로 확대됐으며, 올해는 200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싱 총리는 2010년까지 교역 규모를 40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에너지 부문에서도 힘을 합치고 있다. 한때 양국은 앙골라.나이지리아.카자흐스탄.에콰도르 등에서 에너지원 발굴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올 1월부터 양국은 협조 관계로 돌아섰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명분 아래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ONGC)와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석유천연가스공사(CNPC), 중국석유해양공사(CNOOC)가 손을 잡았다. 양국 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길로 접어든 것이다.

동시에 인도는 미국과도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다. 핵 실험을 했다는 이유로 한때 인도에 제재를 가했던 미국은 민간 핵 에너지 부문에서 긴밀한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70년대 코카콜라와 IBM을 쫓아낸 인도는 현재 GE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회사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핵 문제부터 인권 문제까지 사사건건 충돌했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부시 행정부는 협력 관계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인도의 경제 개방은 이런 흐름을 강화시켰다.

새로운 미국.인도 관계의 정립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달라진 인식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이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strategic partner)에서 전략적 경쟁 상대(strategic rival)로 변화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새 미국.인도 동반자 관계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도대체 여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 제기됐다. 지금의 중국.인도 경제 관계를 볼 때 이 물음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인도와 중국이 현재 아시아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두 나라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예기치 못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예고한다.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인도는 미국 외교정책을 경계하고 있다. 인도는 또 파키스탄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견해 차가 크다.

인도.중국 협력 관계의 부상은 인도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는 더 이상 미국의 정치적 목표대로 움직이는 동반자로 남지 않을 것이다.

얼리사 아이레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인도 연구센터 부소장
정리=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