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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CEO “AI는 대만에 황금 기회”…TSMC 들썩, 삼성전자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젠슨 황 엔비디아CEO가 27일(현지시간) 국립대만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맡았다. 황은 “AI(인공지능)가 대만산업에 황금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CEO가 27일(현지시간) 국립대만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맡았다. 황은 “AI(인공지능)가 대만산업에 황금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엔비디아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 달성을 바라보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국립대만대 졸업식에서 “인공지능(AI)이 대만 산업에 황금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칩을 제조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도 주가가 오르며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비디아와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젠슨 황은 27일(현지시간) 국립대만대 졸업식에서 축하연설을 했다. 황은 공식 석상에서 늘 입는 검은색 가죽 재킷 대신 졸업가운을 입고 학생들 앞에 섰다. 그는 “당신은 먹이를 찾기 위해 달리거나, 잡혀먹히지 않기 위해 달리고 있다. 가끔은 자신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기도 하다”며 “어떠한 상황이건 뛰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걷지 말고 힘껏 달려라”고 말했다.

대만에 태어난 황은 어릴 적 가족과 태국으로 이주했고, 이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1993년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해 현재까지 31년째 CEO로 재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AI 열풍을 등에 업고 호실적을 냈으며,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총 1조 달러 클럽을 목전에 두고 있다. 황의 부모는 이날 객석에 앉아서 그의 연설을 함께 들었다.

황은 “1984년 오리건대를 졸업했을 때는 평면 스크린과 스마트폰은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혁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더 복잡한 세상을 마주하게 됐다”라며 “최근 상황도 40년 전과 흡사하다. 모든 산업을 AI가 혁신할 것이며 여러분은 지금 그 출발선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AI는 모든 면에서 컴퓨팅을 재창조할 것이며 이는 대만 기업에 황금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AI와 함께 놀라운 일을 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스로 칩을 생산하고 있지 않은 팹리스(설계 전문회사)인 엔비디아는 제조의 대부분을 TSMC에 의존한다. 특히 최신 주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출시할 때마다 TSMC 미세 공정을 활용해왔다. 현재 챗GPT용 GPU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A100, H100는 모두 TSMC에서 생산하고 있다. TSMC 매출의 10% 정도는 엔비디아로부터 나온다.

이런 사업 구조에 따라 최근 TSMC의 주가도 치솟았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 직후인 25일 미국 증시에서 TSMC 주가는 12% 상승했으며, 26일에도 2.2% 추가 상승했다. 지난해 1월 14일 이후 1년 반 만에 한 주간 최고 상승률이다. 월가의 한 보고서에서는 “엔비디아가 재고 조정을 달성했기 때문에 TSMC의 5나노미터(1㎚=10억 분의 1m)와 7㎚ 주문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오른쪽)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 셋째)와 미국 실리콘밸리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페이스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맨 오른쪽)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 셋째)와 미국 실리콘밸리 일식집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페이스북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 열풍에 14개월 만에 주가가 7만원대에 복귀하면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챗GPT 등 거대 AI에는 GPU뿐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도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AI용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최대 4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차세대 HBM3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GPU 물량을 수주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2020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GPU 생산을 맡았다. 당시 최신 공정인 8㎚ 공정에서 양산됐다. 하지만 그 이후 한동안 엔비디아는 최신 제품 출시마다 TSMC를 선택했다.

지난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의 한 일식당에서 젠슨 황과 함께 만난 것으로 알려지며 양사 간 협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TSMC의 3㎚ 공정 대부분을 애플 제품이 차지하는 것을 두고, 삼성전자 3㎚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근 TSMC가 엔비디아, 시놉시스, ASML과 협력해 2㎚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TSMC와 엔비디아의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원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로서는 양산에 있어 기술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TSMC를 삼성전자보다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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