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예산 9개부에 위장분산(국감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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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안전비 명목 2천5백억/“사법권 독립 배려 해달라” 읍소성 답변/태영에 내부자거래 혐의 짙다
○공안 전산망 왜 설치하나
◇안기부=안기부 본부에서 실시된 국방위 감사에서 평민당 의원들은 수천억 원에 이르는 안기부 정보비 내용공개와 국민생활 침해문제를 집중추궁했다.
정대철 의원(평민)은 안기부 본예산 외에 기획원·외무부·국방부 등 9개 부처에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활동 경비」로 2천5백여 억 원을 은닉시키고 있다며 베일에 싸인 정보비의 내용을 밝히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90년 예산에 국방부의 72억원,내무부의 3백12억원,외무부의 1백4억원 등 9개 부처에 안기부의 통제를 받는 막대한 정보비가 계상돼 있으며 이들 예산이 정권안보차원에서 쓰여진 만큼 그 집행방식은 국회에서 반이라도 심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88년 기획원 예비비의 82.3%인 1천7백46억원을 비롯,9개 부처에 분산된 6백억원 등이 안기부의 통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웅 의원(평민)도 3군본부와 보안사 등에 조사정보비 명목으로 1백92억여 원이 은닉돼 있음을 밝혀냈다며 은닉이유와 사업명세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수사기관이 민간에 대한 도청장치 설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민심안정을 위해 발견되지 않도록 특수기법장치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목적과 기관 등을 명시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준상 의원(평민)은 행정전산망이 있음에도 굳이 공안전산망 설치를 서두르는 이유를 묻고 언론기관 등에 대한 보안감사 결과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유 의원은 9개 부처의 정보예산 조정내용과 함께 타기관에 파견한 요원수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범죄전쟁 인권침해 우려
◇법무부·대검=여야 의원 대부분이 범죄와의 전쟁선포 후속조치의 인권침해 소지를 우려하는 가운데 홍세기 의원(민자)은 『범죄와의 인권보다는 범죄 피해자의 인권보호가 중요하다』고 주장,흉악범에 대한 처벌강화와 체포영장제 도입 반대의사를 표명.
홍 의원은 또 문익환 목사에 대한 형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수사공소를 맡았던 서울지검에는 통보하지 않아 불만을 갖고 있다』며 『공안부 검사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질문.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광­함평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수인 의원(평민)은 『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자를 더욱 흉악하게 할 뿐』이라며 『진정한 범죄와의 전쟁은 군사독재·부정부패·야합정치에 대한 전쟁이어야 한다』고 주장.
또 박충순 의원(민자)은 『검찰은 9월 이후 발생한 경찰의 총기사용사건 등에 관해 정당방위 및 기소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총기사용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엄격한 제한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
○태영주가 내정설 뒷받침
◇증권감독원=재무위 감사에서 박종석 증권감독원장을 상대로 민방 선정 두 달 전부터 폭등세를 보인 태영주식의 불공정거래 의혹·내부자거래 여부·주식위장분산혐의로 물고늘어졌다.
이경재·허만기·김봉욱(이상 평민),김덕룡 의원(민자)은 『태영의 주가는 민방참여방침이 정해진 지난 8월말부터 급등,주식시장의 단기최고점을 보이고 민방 지배주주로 확정된 직후인 11월2일 최저가대비 94∼56%씩 엄청나게 상승했으며 이는 민방 사전내정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추궁하고 불공정거래혐의 사례를 나열.
김덕룡·허만기 의원은 『민방 선정 발표 직전 태영주식이 대량매입됐으며 발표 직후엔 동남·대유 등 소형 증권사 창구를 통해 대량매물이 나왔다』며 『이는 주가조작을 겨냥한 내부자나 외부세력이 민방 지배주주 선정의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한 뒤 소형 증권사를 통해 분산매각한 혐의가 있다』고 특별검사를 촉구했다.
유인학·강금식 의원(평민)은 『태영이 8월18일 기준으로 30%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7만6천2백주의 실권주를 누가 배분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으며,임춘원 의원(평민)은 『윤세영 회장의 26세 아들이 태영주식 3만6천주를 민방 선정 직전 사들여 내부자거래의 혐의가 분명한데 조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허만기 의원은 『깡통계좌(담보부족계좌) 일괄정리로 인해 힘없고 선량한 투자자들만 막대한 손해를 본 반면 대주주나 큰손들은 엄청난 재산상 이익을 챙기면서 주식시장을 빠져나갔다』고 따지고 투자자보호대책을 촉구.
김문원(민자)·김봉욱 의원은 『담보부족계좌 일괄정리 이후 주가 상승폭이 한때 급등했는데 특정세력이 개입했는지,특수자금유입설을 따져봤는지 밝히라』고 말했고,노흥준 의원(민자)은 『증시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제2의 증안기금을 설립하여 증시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방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전씨 재산환수는 사기극
◇총무처=평민당의 양성우 의원은 『한쪽에서는 정부기구를 축소조정하는데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 부처를 신설,기구를 늘리는 것은 정부방침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건설부의 집단행동을 들어 『하위직 공무원들만이라도 공무원 노조를 구성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김우석 의원(민자)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각종 공사·용역·물품구매계약에 있어 특혜성 수의계약이 많아 물품구매계약의 경우 88년 이후 1천만원 이상 계약건수 33건의 57.6%인 19건이 수의계약』이라고 지적하며 ▲88년 71.4% ▲89년 50% ▲90년 45.5%라고 적시.
김종완 의원(평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헌납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사기극』이라며 재산환수 시기와 절차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또 11월 발표한 공무원 범죄가 1천1백93명으로 지난해보다 14.9%가 증가했고 이중 허위공문서 작성은 90.2%,뇌물수수는 55%나 늘어났으며 『힘있는 부처에 있는 사람에게는 징계가 미온적이어서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따졌다.
○“이창석씨 보석허가 잘못”
◇대법원=29일 법사위 감사에서 의원들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간의 권한쟁의,강력범에 대한 법원의 미온적인 형량선고,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한 구속영장 남발,이창석씨의 보석허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오탄 의원(평민)은 『북한을 방문한 문규현 신부·임수경양 등에 대해서는 중형을 선고한 반면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민자당 박철언 의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는데 박 의원도 법의 형평에 비추어 마땅히 보안법상 잠입·탈출의 죄로 의법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5공비리와 관련돼 구속된 이창석씨에게 대법원이 보석허가를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 이처럼 거액의 횡령과 조세포탈을 한 경합범에게 보석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는가』고 추궁.
이날 질의·답변에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간의 권한분쟁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는데 야당 의원들이 지난달 15일의 법무사법 시행규칙에 대한 헌재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이 갑자기 선고 연기를 요청한 사실 등 절차문제를 물고늘어진 반면 대법원측은 헌법해석의 내용적인 측면을 들고나와 헌재 결정이 부당하다고 설명,양측간에 팽팽히 대립했다.
최재호 처장은 의원들의 사법권 독립에 대한 질문에 『사법권 독립은 재판담당법관의 개인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마련도 중요한만큼 사법권 독립을 위한 여러 내용이 포함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빨리 빛을 볼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이 배려해달라』며 민원성 답변.
○정 회장 증인채택 신경전
◇서울지방노동청=노동위는 29일 지난해 12월부터 현대건설 노조원이 집단 탈퇴한 경위를 밝히기 위한 정주영 명예회장 등 현대건설관련자들의 증인채택 여부 등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팽팽한 공방 속에 무려 10시간30분 동안 신경전을 벌이다 다섯 차례의 정회 끝에 오후 9시30분쯤 평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다른 질문은 해보지도 못한 채 회의가 끝났다.
이날 이 문제를 제기한 이상수 의원(평민)은 『사주측의 강요로 1천여 명의 사무직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한 사건은 새로운 유형의 노조탄압이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유린하는 것으로 태영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며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인 현대그룹의 노동자 탄압사태에 대해 메스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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