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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타향살이·원폭 피해 이중고, 위령비 참배 늦어 송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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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호 04면

78년 만에 원폭 피해자 만난 한국 대통령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동포 원폭 피해자 간담회에서 권양백 전 위령비 이설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동포 원폭 피해자 간담회에서 권양백 전 위령비 이설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히로시마=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났다.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만난 것은 1945년 광복 후 78년 만에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인 원폭 피해자 만남 행사’에서 “우리 동포들이 입은 이 원폭 피해는 자의든 타의든,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게 된 피해이기 때문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중한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잃은 이중고였다”며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과 히로시마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한인회 소속 9명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1970년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가 건립되고 1999년 공원 밖에 있던 위령비가 평화기념공원 안으로 옮겨진 것을 언급하면서 히로시마 민단을 비롯한 관련 인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방일 기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도 공동 참배할 예정이란 사실도 전했다. 한·일 정상이 공동으로 한국인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는 건 처음이며 한국 정상으로서도 첫 참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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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여러분께 송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저와 기시다 총리는 위령비 앞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늦게나마 여러분을 뵙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늦게 여러분 찾아뵙게 돼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피폭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이렇게 타지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와 국가는 여러분 곁에 없었다”며 “조만간 꼭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하겠다. 모국이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꼭 한번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 과거사를 계속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한·일 양국이 미래의 문도 열었지만 과거의 문도 결코 닫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히로시마의 한 호텔로 이동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한 것을 시작으로 2박 3일간의 ‘외교 슈퍼위크’ 일정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력을 이행하는 데 있어 역내 대표 유사 입장국인 호주와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내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상호 보완적 경제 구조를 가진 양국이 미래 첨단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교역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두 정상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도 지속해 나가기로 했고 국방·방산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 또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이 인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 심각한 위협이란 인식하에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같은 장소에서 한·베트남 정상회담도 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관계 발전에 정말 애를 많이 쓰셔서 각별하게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고,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글로벌 중추국가 등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께서 하고 계신 이니셔티브 전략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20일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21일엔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일 정상회의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전격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과의 대면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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