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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G8 문턱 한국 외교, G7과 함께 신국제질서 그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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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호 01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양자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G7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과 일본·인도 등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4개국 정상과 모두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의 양자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G7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과 일본·인도 등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4개국 정상과 모두 만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박 3일간의 ‘외교 슈퍼위크’에 돌입했다.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출국한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최소 6개국 정상들과 양자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G7 정상회의에 전격 참석하기로 하면서 윤 대통령과 회동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G7에 버금가는 국제적 위상과 경제력을 갖춘 한국은 G7 정상회의의 단골 초청 국가다. 다만 한국은 그동안 G7이 국제 경제·외교·안보 현안을 선제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자발적 소외’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외교안보 정책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비롯한 대북 정책에 온통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공급망 재편 등 사실상 국제질서 재편 흐름으로 이어지는 와중에도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리스크 회피를 위해 미·중 어느 한편에 서기보다는 중립을 지향했다. G7과 G20 정상회의 등 주요 다자외교 일정에서 한국이 방관자적 역할에 머물렀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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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의 대외 전략 기조를 중립 지향형 ‘소극적 외교’에서 국제질서 재편을 주도하는 ‘능동적 외교’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간 담금질한 가치 외교 노선을 바탕으로 G7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신국제질서’를 함께 그려 나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강압적 정책을 견제하는 데 G7 정상들과 한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동시에 우크라 지원 강화 방침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간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회원국 중 일본·호주·인도 등 3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한다. 미국과도 별도의 양자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한·미·일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쿼드 4개국 정상을 모두 만나는 셈이다.

쿼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협의체로 평가된다. 다만 한국은 그동안 백신·기후변화·신기술 등 대중 견제와 무관한 글로벌 이슈 차원에서만 쿼드 협력을 지향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쿼드와의 전방위적 협력 자체가 ‘대중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번에 쿼드 회원국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는 건 단순한 실무 차원의 협력을 넘어 쿼드가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제질서 재편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공조 강화…북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 논의한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19일 낮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위령비 뒤쪽으로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폭발 직후 모습이 보존된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원폭돔)’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19일 낮 평화기념공원 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위령비 뒤쪽으로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 폭발 직후 모습이 보존된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원폭돔)’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간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일 정상은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한 지 2주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기리기 위한 일정도 잡혀 있다. 윤 대통령은 19일 일본 도착 후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과 간담회를 한 데 이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탑을 공동 참배할 예정이다.

21일 개최가 유력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공조를 대북 압박 메시지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공조 의제를 도출하는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3국 정상회의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 기간에 한·미·일 3국은 각각 한·미, 한·일, 미·일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공조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사전 준비 작업을 마쳤다. 미·일 정상회담(1월 13일 기시다 총리 방미)→한·일 정상회담(3월 16일 윤 대통령 방일)→한·미 정상회담(4월 26일 윤 대통령 국빈 방미)→한·일 정상회담(5월 7일 기시다 총리 방한)→미·일 정상회담(5월 18일 조 바이든 대통령 G7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 등의 순서였다.

한·미·일 3국은 이번 정상회의 직후 공동성명 대신 합의 사안을 개별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프놈펜 3국 공동성명’의 이행 과정을 점검하고 그동안의 논의 사안을 바탕으로 3국 공조를 실효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말뿐인 공조’가 아닌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등 실질적인 공조 방안을 도출해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G7 정상회의 핵심 의제는 ‘중국 견제’와 ‘러시아 압박’으로 요약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공급망 경쟁에 대처하는 ‘신국제질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그리는 새로운 국제질서는 표면상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는 형태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경쟁의 핵심 소재·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미 고위당국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번 G7 정상회의에선) 중국에 대한 G7의 전례 없는 공동 대응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비시장정책과 경제적 강압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는 중국을 ‘경제적 강압국’으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윤 대통령은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하는 만큼 G7 차원의 공동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 대신 예정된 양자 정상회담 일정을 중심으로 상대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G7은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도 예고했다.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게 G7의 공통된 입장이다. G7 정상은 당장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결속을 재확인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쟁 물자 조달 능력을 차단하는 전방위 조치를 취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G7은 대러 압박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의지도 재확인했다. 특히 이번 G7 정상회의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격적인 정상회의 참석과 연설은 G7 회원국과 초청국이 모두 우크라 지원에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글로벌 중추국가(GPS)’를 지향하는 한국이 그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게 될 것이란 게 외교가의 공통된 평가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윤 대통령이 G7을 넘어 G8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뗐다”며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G7을 넘어 G8의 일원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G7 정상회의에 계속 초청되는 건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G7에 버금가는 국가가 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주요 현안에도 더욱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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