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속 민방 캐도캐도 의문(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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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태영 윤 회장 한때 민자 당적… 「배후설 심증」/“기업기밀 보호” 구실 일부자료 제한 공개
민방선정 의혹을 따진 28일 국회 문공위의 공보처 감사는 평민당의 융단질문 공세가 소신을 내세운 최병렬 장관의 견고한 방어벽을 뚫지 못한 한판 이었다.
평민당측은 그 동안 재무위·경과위 등에서 제기된 문제와 민방 지배주주인 태영을 둘러싼 무성한 각종 의혹설을 총 망라,이날 문공위 감사에서 중간결산을 한 뒤 그 여세를 몰아 국감 마지막날인 12월3일 결판을 낸다는 전략이었으나 「설」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해 「심증」 내지는 정황증거로 몰아붙이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다만 민자·평민당 의원들은 민방에 쏠리고 있는 여론을 의식한 듯 15명 의원 전원이 질문에 나서 자정까지 질의를 계속하는 열의를 보였다.
감사의 초점은 태영의 배후에 제3의 세력이 있느냐와 선정 절차상의 하자문제에 모아졌다.
이동근 의원(평민)은 『럭키금성그룹의 계열기업인 럭키소재 홍해준 사장이 태영주식 5만4천5백45주를 갖고 있고 태영 윤세영 회장과 홍 사장은 서울고 7회 동기생』이라며 『윤 회장의 처남 변건씨가 대구MBC 상무이며 대구MBC는 과거 쌍용그룹이 대주주』라는 점 등을 들어 2대 재벌그룹의 배후 관련설을 주장했다.
조홍규 의원(평민)은 한걸음 더 나아가 『태영의 계열기업인 태영산업의 주주에 유공이 포함돼 있고 유공은 선경그룹 계열회사』라고 선경과 사돈관계인 노태우 대통령을 연관시키려고 했다.
답변에 나선 최 장관은 『민방 지배주주를 선정하면서 속된 말로 ▲돈을 먹지 않겠다 ▲어떤 압력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청와대·안기부 등 권부와 재벌관련설을 부인하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내세웠다.
최 장관은 또 『럭키소재 홍 사장의 소유주식은 태영주식 4백74만주의 1·2%에 불과하다』며 『그 동안 이들 대기업 외에 거론된 대기업이 하나 둘 아니다』고 반박했다.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면 정치배후설 부분.
이동근 의원은 『윤 회장은 11월1일 탈당할 때까지 민자당 농축산분과 중앙위원이었고 윤 회장의 처남 변탁 사장은 월계수회 회원』이라며 『14대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민자당의 집권연장책』이라고 몰아붙였다.
최 장관도 윤 회장이 민자당 당원이었다는 점과 태영이 민자당 의원 10명의 후원회에 가입,3명에게 3백만원씩의 후원금을 약속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며 다만 『변 사장은 확인결과 월계수회 회원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이어 질문에 나선 조세형 의원(평민)은 『선거기준도 만들어지기 전인 지난 9월 최 장관이 중소기협중앙회에 전화를 걸어 「새 민방은 주인있는 회사여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지적하고 『또 선정기준도 신청을 받고 난 뒤 발표한 이유가 뭐냐』며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공격했다.
이에 최 장관은 『개인기업이 지배주주여야 한다는 대원칙은 세워져 있었고 세부선정 원칙은 민방추진위에서 만들었다』고 답변했고 비슷한 질의와 답변이 쳇바퀴 돌 듯 2시간 동안 되풀이됐다.
이날 질의에서는 오히려 민자당 의원들이 새로운 문제점을 제기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신경식 의원은 『태영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를 해명하라』고 요구. 이는 태영 정도 회사가 항간의 소문처럼 수백억,수천억 원대의 정치자금을 낼 수 없다는 것을 거꾸로 반증시키겠다는 해명성 질문이었다.
최재욱 의원은 『민방관련 최대의 피해자는 정부·여당』이라고 전제한 뒤 『주인있는 방송이라면 한 사람의 영향력이 필수조건인데 현행 방송법상 주식 30% 제한선과 상충되지 않느냐』고 묻고 소주주들이 재벌이나 특정종교단체 등에 흡수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김인곤 의원은 『민방 주주선정 과정에서 심사기준이 모호하고 제조업 우선원칙이 무시됐다』며 『부동산과 주식 변칙거래로 성장한 기업을 택함으로써 공익성 원칙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늦은 시간까지의 감사에서는 많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여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는 점만 확인됐을 뿐이다.
「설」만 들고 나온 평민당의 자세도 아쉽지만 공보처가 의원들의 민방관련 요구자료 일부를 「개인기업의 비밀보호」라는 구실 아래 의원들에게 열람만 허용하고 공개하지 않은 데다가 그나마 5층 감사장과는 떨어진 7층 상황실에 비치했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 엄청난 이권이 걸린 민방을 공청회나 국민여론 수렴과정도 없이 정부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의혹을 자초한 것이다.
심증을 내세워 민방선정 백지화를 요구하는 평민당도 좀더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아야 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공보처도 「소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해명되기를 기대한다면 잘못이다.
민방 의혹은 윤세영 사장이 참고인으로 나오는 12월3일 공보처 마지막 감사에서 또 한 번의 결전을 남겨놓고 있다.<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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