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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정부 1년…갈등조정 기능 복원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9호 30면

소통·협치 부재 속에 사회전반 첨예한 갈등

만델라·마크롱 등 적극적 문제 해결로 모범

남은 4년, 대통령은 최고 갈등 중재자 돼야

갈등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한정된 자원 탓에 갈등은 필연적이고, 해결 과정에서 선의의 경쟁이 때론 혁신을 낳는다. 다원화 사회일수록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집단이 출현해 갈등구조는 복잡해진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갈등 자체를 부정하거나 외면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통합하는 방식을 택하는 이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어땠는가. 한·미동맹 재건과 대일외교 정상화 등 긍정적인 면도 적진 않지만 국내 문제의 갈등 해결을 위한 대통령의 적극적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제까지 대통령이 여당과 10번째 공식회동을 갖는 동안 야당 지도부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당선사에선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했었다.

물론 중대 혐의로 수사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게 꺼려질 순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보면 제1 당의 대표이자 지난 대선에서 박빙의 경쟁자였던 그를 마냥 방기하는 것은 국민 절반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니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난 1년 동안 인사·예산·법안·정책 등 주요 현안마다 야당과 극한 대립을 겪었다.

특히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에서 검찰 출신이 독주하고, 결국엔 대통령실과 내각의 요직까지 두루 차지한 검찰공화국 논란은 후보자 시절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법의 지배(rules of law)’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 논란을 불렀다.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협치를 펴기보다 강력한 사정 정국만 부각되는 상황에서 야당에 정치적 수사와 정적 제거라는 역공의 빌미를 줬다.

주요 갈등 사안마다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남긴 사례도 있었다. 간호법 처리 과정에서 의료계가 둘로 쪼개져 있는 동안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오히려 거야의 입법 폭주로 역풍이라도 불기를 기다리는 듯한 인상마저 남겼다. 이태원 참사로 사회적 갈등이 첨예했을 때 역시 문제 해결보다 면피가 우선인 모습도 보였다.

최근에는 건설노조를 ‘건폭’에 빗댔다. 불법은 바로 잡고 비리는 도려내야 옳지만,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협상 파트너 전부를 죄악시해선 곤란하다. 이해집단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기본적으론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노조 전부를 폭력배로 몰거나, 야당 대표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이라면 문제 해결은 어려워질 뿐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5년간 심화시킨 진영 논리로 사회통합이 어려워진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전 정권과 야당 탓만으론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대화를 통해 협치의 물꼬를 트는 것은 대통령의 역할이다. 국민은 지난 1년간 대통령이 가장 못 한 두 번째 분야로 소통(14.6%,jtbc 조사)을 꼽고 있다.

넬슨 만델라가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받은 이유는 그의 통합적 리더십 덕분이다. 26년의 수감 끝에 대통령이 됐지만, 정적을 제거하거나 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파를 끌어안으며 갈등을 해결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연금 문제를 정면 돌파했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중재함으로써 위기의 프랑스를 살려냈다는 평가다. 대통령은 최고 갈등 중재자가 돼야 한다. 갈등 해결은 똑똑한 지성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국민 포용과 책임질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를 택했을 때의 시대정신은 공정과 상식,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용기였음을 다시금 되새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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