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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셋 극단선택 시도 뒤엔 그 남자" 울갤 폭로 전화 걸려왔다 [울갤 리포트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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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2주 사이에 10대 여자애들이 3명이나 자살 시도를 했어요. 공통적으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울갤)’에서 20대 남성 A씨를 만났고요. A씨는 계속 잘못 없다고 회피하는데, 지금도 미성년자 만나러 대구 갔어요.”

지난 1일 “오늘자 기사를 봤다”며 중앙일보로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4년 정도 울갤을 지켜본 청소년 상담 관계자라고 밝힌 제보자는 이곳에서 미성년자 조건만남과 성범죄가 꾸준히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가 지목한 A씨는 실제로 이날 오전 “대구에 왔다”고 울갤에 글을 올렸다. ▶︎본지 1일자 1면 [울갤 리포트①]

지난 1일 대구에 도착했다며 울갤에 글을 올린 20대 남성 A씨.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지난 1일 대구에 도착했다며 울갤에 글을 올린 20대 남성 A씨.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울갤 리포트② 성착취·약물·자살시도…벼랑끝 1020의 심연

 이날 제보 뿐만이 아니었다. 중앙일보가 지난 2주간 접촉한 울갤러(울갤 이용자) 다수는 울갤이 이용자들을 수년 전부터 자살 방조는 물론, 미성년자 성착취와 약물 오남용으로 이끄는 창구 역할을 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이소희(가명·17)양은 지난해 12월 신촌에서 만난 20대 남성 울갤러가 갑자기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만지며 성추행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자는 동안 신체를 만지고 얼굴을 도촬했다”고도 말했다. 도촬당한 사진은 곧 갤러리에 뿌려졌고, 숱한 평가와 성희롱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후 소희 양은 자주 자살을 시도했다. 하루는 집 옥상에 올라가 SNS 라이브를 켜고 울면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때 두 남성에게 메시지가 왔다. “죽기 전에 가슴 좀 보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김모(24·여)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카톡으로 지속적인 성희롱을 하던 남성 울갤러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학생이 대화를 받아준 거라 고소장 접수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성에게 더 이상 접근 말라는 경고 전화를 걸어준 게 경찰이 해준 일의 전부였다.

 우울증 갤러리에선 미성년자 성착취와 약물 오남용, 자살 시도와 방조가 흔하게 벌어졌다. 사진 셔터스톡

우울증 갤러리에선 미성년자 성착취와 약물 오남용, 자살 시도와 방조가 흔하게 벌어졌다. 사진 셔터스톡

일상 돼버린 미성년 대상 성범죄

 기자가 지난달 23일 울갤에 “잘 곳 없는데 재워줄 울붕이(남성 울갤러) 있냐”는 글을 올리자 수초 만에 “(인스타그램 아이디와 함께) 재워줄게” “XX시 와라” “어디 사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날은 울갤에서 활동했던 10대 소녀의 극단적 선택 생중계를 계기로 운영사의 모니터링이 강화된 지 3일째였다. 기자의 글은 수십 초만에 차단됐지만, 댓글이 달리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이처럼 실제 만남이 어렵지 않은 분위기 탓에, 10대 여성들은 쉽게 범죄에 노출됐다. 최근 5년간 울갤발(發) 미성년자 성범죄와 관련한 판결도 다수 확인됐다. 2019년 서울서부지법은 평소 우울증을 앓던 17세 피해자를 ‘주종관계’로 그루밍하고 11회에 걸쳐 성적으로 학대하는 모습을 촬영한 울갤러 허모씨에게 징역 4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의 성범죄자 정보공개·취업제한 등을 선고했다. 허씨의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2021년 8월 경기 양평군에서 “울갤 활동은 성관계가 목적”이라며 16세 피해자를 성폭행한 대학생 김모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씨는 “말 안 들으면 목졸라 죽이겠다” “아는 형이 신고자를 찌를 수도 있다”고 피해자를 위협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2020년 포항에서 14세 피해자에 유사성행위 등을 강제하거나(성남지원), 2021년 서울 송파구 무인텔로 16세 피해자를 데려와 성착취물 11개를 제작한(춘천지법) 가해자들이 있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술피뎀 흔했다”…SNS선 ‘위험한 친목’

 복수의 울갤러들은 이른바 ‘약술’로 불리는 약물 오남용 목격담도 쏟아냈다. 이들은 신경질환에 쓰이는 전문적인 처방약 이름을 언급하며 “한 번에 수 일~수십 일치를 먹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증언했다. ‘약술’은 술에 졸피뎀(수면제)을 타먹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했다. 울갤러 B씨(22)는 “성범죄는 둘 사이 일이라 다른 사람들이 잘 몰라도, 약술은 오프라인 모임에서 흔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C양(15)은 “지난해 술자리에서 한 울갤러가 조울증이 터졌는데 몰래 술피뎀을 먹여 재우는 걸 봤다”며 “나도 죽으려고 약 200알을 먹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울갤에 “졸피뎀을 과복용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지난달 21일 울갤에 “졸피뎀을 과복용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울갤러들은 디스코드와 인스타그램 등 SNS로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울갤용 인스타를 지칭하는 ‘울스타’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비공개 울스타에선 “죽으러 간다”며 옥상에서 라이브를 켠 영상, 피 묻은 휴지가 널린 자해 사진, “내일이면 나는 죽어있을 것”과 같은 비관적인 글들이 수시로 올라왔다. 울갤에서 파생된 소규모 디스코드 채팅방들은 보다 과격한 분위기였다. “오늘 죽어야겠다”는 대화부터 각종 노출 사진 등이 공유됐다. 그러면서도 가정폭력을 당했던 경험, 이별 후 괴로운 마음들을 털어놓으며 서로 위로하기도 하는 혼란스런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달 20일 울갤에서 파생된 한 디스코드방에서 ‘야한 짤’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중엔 실제 여성들의 신체 사진도 다수 포함돼있었다. 사진 디스코드 캡처

지난달 20일 울갤에서 파생된 한 디스코드방에서 ‘야한 짤’들이 공유되고 있다. 이중엔 실제 여성들의 신체 사진도 다수 포함돼있었다. 사진 디스코드 캡처

장난부터 진심까지…자살 시도 거듭돼

 거듭되는 자살 시도가 공유되고 이를 방조·조롱하는 문화도 만연해 있다. 지난달 21일 새벽 울갤에는 ‘△△△ 살자(자살) 하려는 거 막아라 가서 좀’이란 글이 올라왔다. 한 10대 여성이 실시간 투신 라이브를 켰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울갤러는 “좋은 날이 온다” “버티자”고 만류했지만, 일부는 “누구도 널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죽으면 울면서 한 방송 보면서 자위하겠다”며 조롱했다.

이날에만 진위가 확인되지 않는 “동작대교 가는 중” “역촌역 평화공원에서 동반자살하자”는 자살 암시글과 지난해 투신을 시도했을 당시의 후기글 등이 여럿 올라왔다. 울갤이 직·간접적으로 자살 위험군에 영향을 주고, 실제 자살로도 이어지는 구조였다.

친한 울갤러들을 많이 잃었다는 D씨(22)는 기자에게 “작년에만 장례식장을 5번 갔다”고 되뇌었다. 비극이 반복되는 배경엔 울갤만의 특수한 분위기가 있었다. 가족·학교·친구와 단절된 채 서로를 유일한 소통 창구로 여기고→이 때문에 오프라인 만남에 쉽게 응하며→상대방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새벽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켜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울갤러에게 달린 악플(왼쪽)과 같은 날 동작대교로 가고 있다며 또 다른 울갤러가 올린 글.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지난달 21일 새벽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켜고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울갤러에게 달린 악플(왼쪽)과 같은 날 동작대교로 가고 있다며 또 다른 울갤러가 올린 글. 사진 우울증갤러리 캡처

“치료·수사 병행해야…고도의 방향전환 필요한 때” 

 경찰은 일단 최근 발생한 자살 라이브방송과 관련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우울증갤러리 TF’를 구성했다. 동작경찰서는 울갤에서 파생된 ‘신대방팸’ 4명을 폭행·협박·실종아동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고, 강남경찰서는 자살 라이브방송 현장에 동행한 20대 남성을 자살방조 및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사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순 범죄 사건만으론 볼 수 없는, 청년 위기 상황에 자살과 성범죄 등이 중첩된 병폐 현상”이라며 “정신보건기관과 수사·사법기관이 연계된 고도의 수사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소외된 아이들일수록 물리적·심리적으로 이런 (불건강한) 커뮤니티에 의존하게 된다”며 “가정에서 외면당한 경우도 많은 만큼 부모에게 인계하는 방법이 중심인 청소년 정책 자체를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트 폐쇄보다는, 자살 유발 정보는 확실히 삭제하되 또래집단이 서로 위로를 건네는 순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안내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일 수 있다”며 “미국·일본처럼 10~20대가 선호하는 실시간 채팅·SNS 상담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울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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