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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성년자인데, 성폭행 당했다" 우울증갤러리 첫 진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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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내 미성년자 성폭행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뉴스1

경찰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내 미성년자 성폭행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뉴스1

 10대 여성이 실시간 방송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으로 논란이 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또다른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행이 수차례 있었다는 피해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건 이후 우울증 갤러리와 관련한 익명의 의혹 제기가 이어졌지만, 피해자가 직접 경찰에 출석해 피해를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작경찰서는 미성년자 A양이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난 복수의 성인 남성으로부터 수차례 성관계를 강요받았다는 신고를 받고 전날 A양을 불러 1차 조사를 진행했다.

A양 측에 따르면, 해당 성관계는 A양이 만 16세 미만이던 시기에 이뤄졌다. 피해자 측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만 19세 이상 성인이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토록 한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에 해당한다. A양 측은 중앙일보에 “가해 남성들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모아둔 상황”이라며 “그들의 행위는 절대 정당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자는 현재도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A양이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 중에는 이른바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했던 B씨도 포함됐다. 신대방팸 오프라인 모임은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중 일부가 2020년 무렵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거주지를 모임 장소로 제공하며 시작됐다. 이후 갤러리 이용자들 다수가 이곳을 아지트 삼아 술자리 등을 가졌다.

그러나 신대방팸에서 활동했던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은 A양 측의 피해 주장을 비롯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B씨 등 신대방팸 회원들은 최근 중앙일보를 만나 “현재 제기된 모든 의혹은 우리가 갤러리 내 고정닉(고정 닉네임을 가진 회원), 즉 유명인이었다는 이유 때문에 날조된 것”이라며 “오히려 공적 조사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자들에 대해선 법적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B씨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반발했다.

우울증 갤러리는 지난 16일 강남 역삼동에서 인터넷 실시간 방송을 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가 활동했던 온라인 커뮤니티다. 해당 사건 이후 미성년자 성착취와 약물 오남용, 극단적 선택에 대한 조롱 등이 빈번히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논란이 커지며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신고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상황”이라며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확실하고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대상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의혹을 면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18일부터 진행된 신대방팸 내사와 관련해선 “문제 상황이 확인될 경우 신대방팸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다른 ‘팸’들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역시 지난 24일 정례간담회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만큼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우울증 갤러리 TF’를 발족했다. 또 신대방팸 아지트 등을 관할로 둔 동작경찰서도 지난 26일 여성청소년과·수사과·형사과가 협력하는 자체 우울증 갤러리 TF를 구성했다.

한편 경찰은 수사와 함께 우울증 갤러리 접속을 일시 차단해 달라는 요청도 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법률 자문 후 의결하겠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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