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만사태 강경입장 지속/메이저 새 영국 총리의 대외정책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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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허드 외무와 당분간은 역할분담/EC정책 대처때보다 융통성/「유럽의 미 대변자」역할은 미지수
존 메이저 재무장관을 새 총리로 맞게 된 영국의 대외정책은 그가 대처 전총리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된 점에 비추어 종래 대처내각의 정책과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 페르시아만사태에 대해서는 대처 전총리가 사태발발 직후 미국과 함께 가장 강력한 대 이라크 대응조치를 취해온 것에 대해 이번 보수당 당수 2차선거에 나선 세후보 모두 이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표명을 한바 있다.
영국은 현재 페르시아만 지역에 1만명 이상의 군대를 파견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 이라크 무력제재방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대처 전총리는 집권기간동안 미국의 레이건·부시의 대외정책 전반을 적극 지지,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통한 미국의 대 유럽 영향력 유지에 있어 「발판」의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전 대처 총리의 「유럽에서의 미국 대변자」역할을 메이저 신임총리가 계속 이어받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이저 신임총리는 지난해 제프리 하우 당시 외무장관이 대처 전총리와 대 유럽 대응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물러난 직후 외무장관직을 3개월간 역임한바 있다.
그러나 외무장관 재임 당시 또는 최근 당수 후보유세때 메이저 신임총리는 대 EC통합문제에 대한 언급이외에 대외정책에 대해 견해표시를 한바가 별로 없다.
대처 내각에서 국내문제는 메이저가,대외문제는 허드 외무장관이 정책을 수행해온 역할분담을 총리취임 이후에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허드 외무장관은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유연하고 타협을 잘하는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외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외교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견해표명을 거의 하지 않고 대처 전총리의 충실한 대변인역할을 해온 그가 이제 어떤 목소리를 낼지는 예측이 어렵다.
다만 상황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유연한 성품에 비추어 개성이 강한 대처에 비해서는 매사에 중립적이고 온건한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미국의 유럽에서의 대변자 역할은 대처 전총리보다는 다소 신중해질 것이며 대처의 대소 지원 거부입장 또한 유럽과 미국 등 각국의 대응을 살펴가며 전반적 추세를 따르는 온건한 입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한편 대처 전총리가 EC통합에 미온적이었듯이 메이저 신임 총리의 대 EC정책은 대처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처 전총리는 그동안 EC 경제통합의 최종목표인 유럽통화 단일화와 유럽중앙은행의 창설을 『영국의 통화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메이저의 EC통합에 대한 견해도 이와 크게 다를바 없을 것이며 다만 그 정도가 대처만큼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10월 영국이 유럽통화 단일화의 전단계 조치로 EC 10개국이 가입해 있던 유럽통화체제(EMS)에 가입하게 된 것도 메이저가 대처를 설득한 결과였다.
메이저의 대 EC통합 반대논리는 유럽시장이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전에는 통화단일화는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진행시켜야 된다는 것.
메이저가 다음달 로마에서 열리는 EC 정상회담에서 대처 입장을 반복할지,아니면 변화된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된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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