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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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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페르시아만 사태가 발발 4개월이 다되도록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갈수록 혼미를 더해 가고 있다. 미국은 50만 명에 육박하는 군사력 파병과 유엔의 제재를 통해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를 밀어붙일 기세고 이라크 또한 국가 총동원령 및 파상 적인 외교공세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긴장은 오히려 가중되는 상황이다. 대군집결 등 전쟁준비와 아울러 외교적 해결 노력 등 화·전의 움직임들이 교차하고 있는 페르시아만 사태의 현재를 정리해 본다.【편집자주】
페르시아만 사태가 장기·대치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이라크 양측은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증강시켜 왔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부터 투입되기 시작된 미군 및 다국적군의 병력은 26일 현재 35만 명에 이르며 동서 양 진영 및 아랍 측을 포함, 23개국 이상이 동참해 대 이라크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다.
다국적군의 주력인 미군은 17만여 명의 지상군을 비롯, 4척의 항공모함에 4만6천명의 해군 및 3만 명의 공군 등 11월 하순 현재 24만여 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놓고 있다.
미국은 이외에도 20만 명을 91년 1월 중순까지 추가 배치한다는 계획아래 아메리카 호·루스벨트 호 등 항모 3척과 전함 미주리 호 및 7백대 이상의 탱크로 무장한 기계화사단 1개 등을 미 본토 및 유럽 등지에서 이동시키고 있다.
미군 포함, 다 국적 군의 총 군사력 규모는 ▲병력 35만 명 ▲항모 4척 ▲전함·순양 함 및 각급 함정 1백28척 ▲전투기 1천1백70대 ▲전폭기 및 공격용 헬기 5백90대 ▲공중 조기 경보체제(AWACS) 등 전자·초 계기 73대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기지내 B52 장거리 폭격기 26대 ▲탱크 2천대 등이다.
여기에다 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터키·시리아가 14만 명 가량의 병력을 배치, 유사시 배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에 맞서고 있는 이라크는 쿠웨이트 내에 43명의 병력과 탱크 3천7백대, 야포 2천3백 문, 장갑차 등 각종 전투차량 2천3백대를 배치하고 있고 6백여 대로 추산되는 전투·전폭기들이 이라크 내 주요기지에서 대기중이다.
이라크는 최근 미국의 증강계획에 대항, 25만 명의 증파를 공언하고 있어 내년 1월께에는 쿠웨이트를 중심으로 한 전선일대가 1백20만 명 이상의 양쪽 무장병력으로 가득 찰 판이다.
양측의 군사력 증강이 가열화 되면서 군비 또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미 국방 정보센터(CD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군사력 수준에서 6∼8주간에 걸쳐 전쟁이 벌어질 경우 최소 5백억 달러 이상이 소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투가 없이 대치중인 현재에도 다국적군의「유지비」는 월 3억∼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병력규모가 배가되는 내년 초에는 그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모금해 온 페르시아만 분담금은 ▲사우디 아라비아 80억 달러 ▲쿠웨이트·일본 각각 40억 달러 ▲EC가 10억 달러 ▲한국 등 기타 4억 달러 등 이 계 상 되었는데 만약 개 전될 경우 전비 및 피해액이 하루 최고 10억 달러까지 된다는 지적도 있어 총비용 규모는 쉽게 추정키 어려운 실정이다.
개전이 되면 군사 부문에서의 소모비용 외에 인명피해 및 각종 산업분야에서의 물적 피해 또한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DI보고서는 다국적군이 6∼12주 내에 바그다드를 점령한다는 전제 아래 미군이 사망 1만명·실종 1천명 및 부상·3만5천명 등 사상자가 4만6천명, 이라크 군이 사망 3만5천명·부상 11만5천명으로 각각 추정하고 있고 바그다드 폭격 등 이라크본토 공격 때 10만명 가량의 민간인이 희생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E 마이어 전미 합참의장은 미군전사자 2만∼3만 명, 이라크 군 전사자 8만∼12만 명에까지 이를 것으로 다르게 예상하고 있다.
인명손실과 함께 양측이 무차별 공격에 나설 때 예상되는 피해도 천문학적 규모다.
세계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하루 7백50만 배럴 생산으로 세계 원유수급의 12·5%정도를 맡고 있는 사우디의 유전이 20%만 파괴돼도 원유 가는 배럴 당 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개전 예상시기가 유류 수요가 늘어나는 동절기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라크·쿠웨이트 유전(하루 4백60만 배럴)등 이 사우디유전과 더불어 치명타를 입게 되면 배럴 당 1백 달러를 웃도는「원유가 폭발」의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유가가 20%만 상승해도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이 1∼1·5% 쇠퇴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유가가 사태발생전보다 5백∼6백%까지 급등할 때 세계경제는 회복불능의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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