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향소 앞 대규모 시민행사…서울시·이태원 유족 ‘불편한 동거’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분향소로 불편한 동거를 하는 가운데 오는 23일 대규모 시민 행사가 열린다. 서울시는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을 고민하고 있고, 유가족은 24시간 분향소를 지키고 있으면서 양측 사이엔 긴장감이 흐른다.

20일 서울시와 유가족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시가 ‘대화 중단’을 선언한 이후 양측 간 대화는 없었다. 양측은 지난 2월 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16차례 대화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7일 유가족 측에 5일간 합동 분향소 공동운영을 제안했지만, 유가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이 지난 2월 4일 서울시청사 앞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분향소의 모습. 서울도서관 대형 글판엔 오는 23일부터 진행될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나운채 기자

20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이 지난 2월 4일 서울시청사 앞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분향소의 모습. 서울도서관 대형 글판엔 오는 23일부터 진행될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 홍보 문구가 적혀 있다. 나운채 기자

서울시, 불시 분향소 강제 철거 시사

서울시는 유가족 측과 대화가 더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유가족이 서울시 제안을 수용하지도 않고, 마땅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아서다. 대화 중단 이후 서울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서울시는 유가족에 분향소가 설치된 2월 4일부터 4월 6일까지 서울광장 72㎡무단 사용에 따른 변상금 2899만2760원을 부과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6일 이후 변상금도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행정대집행 가능성도 크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행정대집행) 마지노선을 정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사전 법적 처리 절차는 마쳤다”며 불시에 분향소 강제 철거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즉각적인 행정대집행 착수를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철거하면 유가족 측과 물리적인 충돌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비난 여론 등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23일부터 매주 나흘간(목요일~일요일) 서울광장에서 독서나 공연 등 각종 행사를 연다. 시민이 읽을 수 있도록 책 5000여권을 광장에 놓고, 놀이 공간도 마련한다. “이제는 서울광장을 시민 모두에게 온전히 돌려드려야 할 때(대변인)”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사고 희생자들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사고 희생자들의 영정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유가족 “서울시, 일방적으로 강요”

유가족협의회는 분향소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관혼상제(冠婚喪祭)에 해당한다며 철거를 거부하고 있다. 분향소가 허가·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가 유가족에 분향소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가족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서울시는 그동안 대화를 한 게 아니라 일방적인 의견만 강요했다”며 “(분향소) 행정대집행을 강행한다면,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했다.

서울시와 유가족 사이 갈등 구도에 정치가 개입하고 있는 만큼 긴장감은 고조될 전망이다. 지난 17일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변상금 부과를 두고 “적반하장”이라며 “구차하고 편향된 행정 현실”이라며 비난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2월 6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6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