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 요구하며 거절"...이태원 참사 분향소 강제 철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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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모습. 뉴스1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모습. 뉴스1

서울시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협의회)’ 측에게 대화를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 이동률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끝내 유가족 측에선 시 제안을 수용하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대화 시도는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고 추가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밝혔다.

50일간 16차례 만났지만 

앞서 유가족협의회 등은 지난 2월 4일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참사 발생 99일째 된 날이다. 이후 서울시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설인 만큼 분향소 철거·이전을 요구해왔고, 유가족 측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미흡한 상황에서 존치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양측은 같은 달 16일부터 이달 6일까지 50일간 16차례 만났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달 7일 유가족 측에 공식 분향소를 서울광장에 새로 설치해 4월 1일부터 5일까지 함께 운영하자고도 제안했다. 5일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59일째 되는 날로 희생자 수와 똑같다. 서울시는 공식 분향소 외에 항구적인 추모공간 설치를 위한 논의도 시작하자고 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은 거부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2월 15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인근에서 경찰이 차단벽을 설치하자 유족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5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인근에서 경찰이 차단벽을 설치하자 유족들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강제 철거 가능성도

서울시는 이날 행정 대집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변인 “(유족) 자진 철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무한정 기다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젠 서울광장을 서울 시민 모두에게 온전히 돌려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진 철거 기한을 따로 설정하지는 않았으나, 강제 철거에 필요한 법적 절차인 ‘계고’는 이미 2차례 이상한 상황이다. 이 대변인은 “유가족 대리인 측에서 추가적인 논의 안을 갖고 (대화를) 제안한다면 만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최근 수원과 대구 등 전국 13개 지역을 10일간 다니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이태원 특별법 필요성 등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특별법 국회 통과 전까지 서울광장 분향소를 자진 철거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분향소 행정 대집행이 이뤄지면 충돌 상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앞서 분향소 철거 시 “휘발유를 준비해놓겠다”며 분신(焚身)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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