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 전혀 새로운 비틀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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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비틀스는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모두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이다. 2000년 '원(ONE)' 앨범에 의해 새로운 신세대 수요자가 창출된 것처럼 이번에 내놓은 '러브(LOVE)' 앨범도 새로운 수요자를 만들어 낼 것 같다.

이번 앨범은 '애비로드'(1969년 앨범)처럼 전 앨범을 오페라 식으로 새롭게 믹싱했다. 이 곡에 있는 드럼 솔로를 저 곡에, 저 곡에 있는 기타 솔로를 다른 곡에 붙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곡과 앨범을 탄생시켰다. 비틀스의 기존 곡들을 완전히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폴 매카트니는 "매우 특별한 프로젝트 앨범"이라고 말했다.

'비틀스의 부활' '새 옷 입은 비틀스 사운드'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지 않다. 물론 이번 앨범이 '태양의 서커스' 배경음악으로 쓰이긴 했지만, '태양의 서커스' 사운드 트랙으로 내지 않고, 비틀스의 27번째 정규음반으로 낸 것은 '비틀스 음악은 비틀스 앨범을 통해서만 접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1970년 해산 이후 멤버들끼리 갈등을 겪었던 비틀스가 46년 만에 완벽하게 재결합해 내놓은 앨범이라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태양의 서커스' 사운드 트랙으로 음원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 명의 저작권자(폴 매카트니.링고스타.오노 요코.올리비아 해리슨)가 완벽하게 동의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저작권자가 함께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비틀스 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비틀스 팬에게 보물찾기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이 곡의 어떤 부분이 다른 곡에 어떻게 믹싱됐는지를 파악해가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신세대들은 마치 신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가질 것 같다.

다른 가수는 히트곡을 모아 '베스트 앨범'이나 'Greatest Hit' 앨범으로 내는데 비틀스는 기존 음원을 갖고 새롭게 실험하는 자세를 늘 유지한다. 그래서 비틀스의 음악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새로운 실험과 접근으로 당대의 새로운 수요자와 만나려 한다. 그래서 비틀스는 '불사.불패.불후의 그룹'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제5의 비틀'이라 불리는 조지 마틴(비틀스의 프로듀서)과 그의 아들 자일스 마틴의 재해석과 편곡, 각색도 돋보인다. 조지 마틴의 능력을 또 한번 과시한 앨범이기도 하다. '레이디 마돈나', '스트로베리 필드 포에버' 등은 조지 마틴 부자의 믹싱에 의해 새로운 곡으로 탄생했다. 특히 '레이디 마돈나'는 네 곡의 소리가 한데 녹아들어있는 명곡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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