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에너지·식료품 뺀 근원물가 다시 올라, 미 긴축 완화 복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미국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도 중대 변곡점을 맞았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져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만 세부 지표에서는 여전히 물가 상승 압박이 높아,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3월과 비교해 5%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1년 5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다. 전년 대비 2월 CPI 상승률(6%)과 비교하면 한 달 새 1%포인트 급락했다. 물가 상승률 완화는 긴축 정책 중단에 가장 필요한 신호다.

문제는 최근 ‘경기 침체’라는 새 변수까지 더해졌다는 점이다.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정례회의 3월 의사록에 따르면 “은행 사태로 대출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Fed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하반기 완만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벗어나는데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시장도 Fed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오후 4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5월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이 CPI 발표 이후 72.9→66.5%로 줄고, 금리 동결 확률은 27.1→33.5%로 올랐다. 6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확률은 62.6%에 달했다.

더 나아가 금리 인하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지난달 미국 근원 CPI는 1년 전과 비교해 5.6% 상승하며, 2월(5.5%)보다 되레 0.1%포인트 올랐다. 이 영향에 지난달 근원 CPI 상승률이 전체 CPI 상승률을 역전했다. 특히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주거비(8.2%)는 2021년 5월 이후 전년 대비 상승률이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 감산 결정에 국제유가가 재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렇다면 당분간 기준금리 5%대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Fed는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 우려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당분간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고 그냥 기다리는 스탑 앤 홀드(stop and hold)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