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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發 학폭 대책…대입 5수까지 가해 이력 필수 반영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2026학년도 대입부터 모든 대학의 정시·수시모집에서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필수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징계 이력을 보존하는 기간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학폭으로 징계를 받은 받은 가해 학생은 대입 5수까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의결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안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민족사관고에서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으나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 반포고로 전학을 간 뒤 서울대에 입학했다.

한 총리는 “그간 학교폭력에 대한 안이한 온정주의로 인해 피해 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너져버린 교권도 강화해 학교폭력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입에 무조건 학폭 징계 반영…4년간 기록 보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번 대책은 가해자의 상급학교 입시에 불이익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 변호사 아들이 학폭 가해 이력이 있는데도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하면서 반발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현재 고교 1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6학년도부터 모든 대학의 모든 전형에서 학폭 징계 이력을 필수적으로 반영한다. 대입 방향을 결정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에 학폭 반영을 포함하도록 할 방침이다.

학폭을 입시에 어느 정도로 반영할지 구체적인 방식과 기준은 대학별로 정한다. 감점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지원 제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교육대학 등 인성이 중요한 전형에서는 아예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1~9호 조치 중에서 중대 사안으로 취급되는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는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 현재 고1은 출석정지 이상 처분을 받으면 대입 5수까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 실장은 “대개 대입은 삼수까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학폭 기록을 취업 시까지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지난 5일 당정 협의 결과는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오 실장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신입사원 선발 방향은 기업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계 기록 삭제 요건도 엄격해진다. 현재는 사회봉사(4호)부터 전학(8호) 조치는 가해 학생 졸업 직전 학내 학교폭력심의위원회 논의 후 삭제할 수 있게 돼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학 조치는 졸업 후 4년간 삭제할 수 없다. 또 4~7호 조치는 피해 학생이 동의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삭제할 수 있게 된다.

가·피해자 분리일수 3일→7일로…즉시 학급교체도 가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한빛광장에서 열린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에서 참가자들과 '학교폭력 OUT 사이버폭력 OUT'이라고 적힌 천을 펼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한빛광장에서 열린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에서 참가자들과 '학교폭력 OUT 사이버폭력 OUT'이라고 적힌 천을 펼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피해자 보호 조치도 강화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즉시 분리 일수가 현행 3일에서 7일 이내로 연장된다. 학교장이 학생을 긴급 분리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학급을 교체할 수도 있게 된다. 심의위원회 결정 전까지 출석도 정지시킬 수 있다. 또 피해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에 ‘피해학생 전담지원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

학교 현장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17개 시·도교육청에는 ‘(가칭)학교폭력예방·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한다. 학폭 사안이 발생하면 센터가 학생 간 관계회복, 법률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교사가 학폭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고의가 아니거나 중대 과실이 없는 한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은 면제된다.

처벌 강해지면 소송 난무할 것…교육계 우려

더불어민주당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 강민정·강득구 의원이 지난달 17일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방문해 한만위 교장과 최근 이슈가 된 학교폭력 사안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 강민정·강득구 의원이 지난달 17일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방문해 한만위 교장과 최근 이슈가 된 학교폭력 사안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는 가해자 엄벌주의를 강화한 이번 대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처벌 강화는 곧 학교‧교원 대상 민원, 소송 제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학폭 기록 보존을 4년으로 늘려도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교 졸업 후 4년이 지나고 나면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당정 협의 당시 취업까지 거론하며 학폭 처벌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오히려 여론에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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