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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대장동 일당' 의혹…김만배 지분 커진 그때 주목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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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박영수(71) 전 특별검사를 둘러싼 의혹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 전 특검이 2015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8)씨에게 5억원을 투자금조로 제공했다는 정황과 200억원 상당의 상가·주택을 약정받았다는 대장동 관계자들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대검 중앙수사부장 시절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칭을 얻었던 박 전 특검은 어떻게 대장동 일당과 얽히게 되었을까. 검찰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시절인 2014~2015년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이 김만배씨와 맺은 200억원 수수 약정이 우리은행이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를 검토하다 철회한 과정의 어느 지점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우리은행 본사와 박 전 특검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우리銀 대장동 빠진 시기, 대장동 사업 주도권도 이동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2017년 7울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2017년 7울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4일 검찰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4년 10월 말부터 박 전 특검의 소개로 정영학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2~3차례 회의를 했고, 민간업자들은 우리은행을 컨소시엄 대표사로도 선정하려 했지만 결국 그해 12월 우리은행은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일단 ‘200억원 수수 약정’이 이사회의장으로서 우리은행이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하고 PF대출에 편의를 봐 주는 것의 대가 차원이었다고 보고 있지만 그 정반대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대장동 사업의 전개상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를 무산시키는 방법으로 김씨 측에 도움을 줬다는 시나리오도 일정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서 빠진 2014년 12월은 대장동 사업 주도권이 남욱씨로부터 김만배씨에게 넘어가는 변곡점을 이루는 시기다. 2011년부터 대장동 사업을 주도해온 남욱씨는 대장동 사업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2014년 12월 2일 ‘서판교자산관리’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등기상 대표는 박 전 특검의 최측근인 양재식 전 특검보의 사법연수원 제자인 권모 변호사였다. 검찰은 대장동 관계자들로부터 “권 대표는 양 전 특검보가 소개한 인물”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초기부터 양 전 특검보를 통해 대장동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러나 돌연 같은 달 남욱씨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155억원 부실 대출을 일으키고 LH를 대장동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정치권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던 우리은행이 빠져나간 것도 이때다. 결국 서판교자산관리는 유야무야됐고 김만배씨 2015년 2월 화천대유자산관리를 설립해 그해 3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서판교자산관리의 지분은 남씨가 45%, 김씨 25%를 나눠 갖고 있었지만 화천대유에선 김씨 측의 지분은 49%가 됐고 남씨의 지분은 25%로 쪼그라들었다.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한 금융권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행의 참여는 단순히 PF대출을 넘어서 해당 컨소시엄의 사업 안정성 자체를 담보하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은행 사업 참여 무산으로 서판교자산관리는 사업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고 결국 공모에서 낙점될 가능성도 낮은 실체가 됐다”고 말했다.

박 전 특검 자녀 화천대유 취업…대장동 아파트도 분양

박 특검이 지난 2017년 3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박 특검이 지난 2017년 3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는 모습. 뉴스1.

사업주도권이 변경된 이후에도 검사와 법조 기자로 맺은 박 전 특검과 김만배씨의 관계는 탄탄하게 유지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에서 일하게 된 것도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도, 인척인 이모씨가 대장도 아파트 분양을 맡을 수 있게 된 것도 그 결과라는 가설이다.

검찰은 이 외에도 남욱씨와의 친분으로 대장동 컨소시엄에 참여를 검토하던 부국증권을 배제하는 데도 박 전 특검이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박 전 특검이 은행권 참여라는 명분과 이익 감소 우려라는 실리를 내세워 부국증권 참여 반대 의사를 김만배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노린 김만배 씨의 이익과 박 전 특검의 의사가 맞물려 돌아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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