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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시작한 유보통합…‘애 맡길 곳 찾아 삼만리’ 해소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6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내 위례 아이숲 어린이집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6일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내 위례 아이숲 어린이집을 찾아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을 추진하는 정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 1월 30일 유보통합 추진 계획을 밝힌 지 두 달여 만에 위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유아 교육계와 보육계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를 줄일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육부는 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제1차 유보통합 위원회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교육·보육계 전문가 등 2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앞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육부는 이날 위원회에 유보통합 로드맵과 주요 과제를 보고했다. 당장 주력하는 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해소다. 교육부는 급식비 격차 완화, 유아 학비 경감 등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교육청에 특별교부금 39억원을 지원한다.

8월까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정보 체계도 부분적으로 통합한다. 어린이집·유치원 통합정보공시 사이트(childinfo.go.kr)를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결원·입소 대기 정보를 월마다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입소 신청과 동시에 대기 번호를 부여하고 정·현원 정보를 수시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학기제로 운영하는 유치원은 4월, 10월 기준으로만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학기 중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는 자리가 비어 있는지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지금까지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담당하던 어린이집 관련 업무를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제3의 기관'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 2월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 2월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달라도 너무 다른 유치원-어린이집…통합 어떻게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인 유보통합에 대해 학부모들은 “아직은 효용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원아 연령, 운영 시간, 입학 시스템, 교사 자격 요건과 처우 등이 모두 다른데 통합할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서다.

어린이집은 만 0세부터 취학 전 아동 모두가 다닐 수 있는 보육기관이다. 기저귀를 찬 갓난아기부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유아까지 모두 대상이다. 하지만, 유치원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필요한 지식을 배우는 유아 학교다 보니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만 3세부터 입소할 수 있다.

교원 자격이나 처우도 차이가 있다.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월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월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기관별 운영 시간과 방식도 다르다. 어린이집은 교사가 휴가를 내는 방학 기간에도 통합반을 운영해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반면 유치원은 기본적으로 방학 기간엔 문을 닫고 별도 돌봄서비스를 운영하는 식이다. 6세 자녀를 인근 병설 유치원에 보내는 직장맘 이모씨(34·경기 과천시)는 “우리 유치원은 방학 때 당번 유치원을 정해서 관내 원아 중 방학 돌봄이 필요한 애들을 모아서 봐주는 방식으로 운영했다”며 “그런데도 평소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과 다르고 방학 기간도 열흘 정도로 어린이집보다 길어서 온 가족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입학 시스템의 경우 어린이집은 다문화나 다둥이, 맞벌이 가정 등에 가점을 줘 대기 번호를 앞당기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유치원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결정한다. 5세 자녀가 집 근처 사립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져 급하게 내년에 폐원하는 어린이집에 입소를 신청한 김모씨(39)는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달리 맞벌이 가정에 대한 우대 없이 무작위로 입학생을 뽑아 추첨에서 떨어져도 항의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차이를 좁히는 방안에 대해 이상진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장은 “아직은 본격적으로 유보통합이 시작되기 전이므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작지만, 국민 체감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준비해서 발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입학 시스템 통합 등에 대해서도 하유경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 기획지원관은 “(원아 선발도) 여러 체계와 연계돼 있어 지금 현재로썬 당장 두 기관의 시스템을 하나로 합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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