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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도 거쳐간 교육 시스템 만든 그녀…“아이돌도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가장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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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정 하이브 T&D 사업실장은 "연습생들의 트레이닝 곡을 매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하이브

신선정 하이브 T&D 사업실장은 "연습생들의 트레이닝 곡을 매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하이브

“주로 듣는 노래는 따로 없고, 100곡 넘는 연습생들 트레이닝 곡을 매일 듣고 있어요.”  

요즘 자주 듣는 노래가 있는지 묻자 신선정 하이브 T&D(Training&Development) 사업실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신 실장은 하이브의 연습생 육성을 담당하는 T&D 사업실을 총괄하고 있다. 2010년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사원으로 입사해 방탄소년단(BTS)의 탄생과 성장 드라마를 함께 쓴 주역이다. BTS 외에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르세라핌, 앤팀 등이 그의 교육 프로그램을 거쳐 데뷔했다.

신 실장은 지난달 빌보드가 한 해 동안 음악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여성 경영진을 뽑는 ‘2023 빌보드 우먼 인 뮤직’ 멀티 섹터 부문에 선정됐다. 걸그룹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 다른 하이브 여성 임원들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을 메가 스타로 만든 마케팅 모델로 또 성공을 거둔다면 글로벌 음악 시장의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신 실장은 지난해 전 세계 음악 업계의 40세 미만 젊은 리더를 선정하는 ‘빌보드 40 언더 40 리스트’에도 뽑혔다. 그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신선정 하이브 T&D 사업실장은 2010년 빅히트에 입사해 회사의 첫 보이그룹 프로젝트 방탄소년단(BTS)을 성공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사진은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1위에 오른 BTS. 사진 빅히트뮤직

신선정 하이브 T&D 사업실장은 2010년 빅히트에 입사해 회사의 첫 보이그룹 프로젝트 방탄소년단(BTS)을 성공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사진은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 1위에 오른 BTS. 사진 빅히트뮤직

“8살 미국인 꼬마, K팝 오디션 보러 온다”

2023 빌보드 우먼 인 뮤직에 선정된 소감은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트 영향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커졌다는 걸 실감했다. 하이브 T&D 사업실을 대표해 선정된 거라고 생각한다. 영광스러운 일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T&D 사업 종사자들이 앞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길 바란다.
하이브에 T&D 사업실이 만들어진 계기는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준비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업무 효율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존 레이블의 신인 개발 업무 중 연습생 육성 기능을 분리해서 한 조직으로 집중시키면 조직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멀티 레이블 간 시너지가 날 거라고 판단했다.
가요 업계에서 일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원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던 중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알게 됐고, 채용 절차를 거쳐 입사하게 됐다.
아이돌 연습생 발탁과 교육 과정에서 느끼는 K팝의 위상 변화는 어느 정도인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로) 보낸다는 건 연습생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K팝 가수들의 성과와 긍정적인 영향력이 커지면서 K팝 가수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꿈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모두 늘어난 것 같다. 4년 전 미국에서 빅히트 오디션이 있었는데 8살 정도로 보이는 미국인 꼬마가 엄마 손을 잡고 오디션을 보러 왔다. 영국 보이그룹 원디렉션처럼 되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한다. 글로벌 보이그룹이 되려고 K팝 레이블의 오디션에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K팝의 달라진 위상도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서 환호하는 팬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서 환호하는 팬들. 연합뉴스

“다양한 팬 만나는 아이돌…다른 문화 이해 중요”

“자사의 연습생 교육 과정은 타사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가수로서의 트레이닝 말고도 사회화 트레이닝, 멘탈 케어, 체력 관리와 더불어 멘토링 프로그램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식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채워주려고 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2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K팝 연습생 한 명을 키우는 데 1년에 약 1억 2000만원이 투자된다. 노래와 안무 등 연습생의 역량 교육과 더불어 다문화·성인지·자기주도성 등 기본 소양과 인성 교육까지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 교육 과정을 기획·개발하는 데에도 신 실장의 고민이 반영됐다.

기본 소양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경험과 생각의 확장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 하이브의 철학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아이돌은 다양한 문화권의 팬들을 만나게 되는 직업이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만큼 연습생이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한 그룹에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지금은 국가나 지역을 떠나 서로 간의 성향이나 행동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 해야 하는 지를 배우는 시간으로서의 의미도 있다.

“인생에 큰 영향 끼치는 일, 매 순간 고민”

신선정 하이브 T&D 사업실장은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 하이브

신선정 하이브 T&D 사업실장은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 하이브

르세라핌의 연습생 시절을 다룬 다큐멘터리 ‘더 월드 이즈 마이 오이스터’에는 데뷔를 준비하는 멤버들이 불안과 스트레스로 눈물을 보이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멤버들이 개인 심리 상담 때 말한 내용을 서로 털어놓으며 공감하는 장면도 있다. 연습생의 일생이 결정되는 시간을 회사에 맡긴 만큼 T&D 사업실의 고민도 깊어진다는 게 신 실장의 설명이다.

연습생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하이브는 어떻게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나
데뷔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이 있다. 또 실력에 대한 아쉬움이 자책으로 연결돼 힘들어할 때가 많다. 연습생이 필요로 할 경우엔 장기간 휴식을 주거나 상담 센터를 운영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연습생 육성을 담당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업무가 회사의 프로젝트와 개인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매 순간이 어렵다는 의미다.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쉽게 생각하고 지나가는 업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늘 생각한다.
업무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하이브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시도에 참여해 함께 고민하고 결과를 만들 때 보람을 느낀다. 일을 기획하면서 기대했던 부분에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들 때 재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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