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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헌법 57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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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신경진 베이징총국장

중국의 봄은 3월 양회와 함께 온다. 두 개의 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말한다. 평소 블랙박스 안에서만 작동하는 중국 정치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2016년 베이징 특파원에 부임한 뒤 올해까지 일곱 번째 양회를 취재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헌법 실물을 두 번 직접 목격했다.

지난 6일 친강 외교부장이 기자회견 도중 헌법을 펼쳤다. 회견의 하이라이트였다.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의 일부분이다. 통일조국을 완성하는 대업은 대만 동포를 포함한 전 중국 인민의 신성한 사명이다.” 서문의 두 문장을 읽은 뒤 미국이 대만을 잘못 건드린다면 “중·미 관계는 땅이 흔들리고 산이 요동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3·2008·2013·2018년(왼쪽부터) 역대 중국의 헌법기구 출범을 보도한 인민일보 1면. [사진 인민일보 DB]

2003·2008·2013·2018년(왼쪽부터) 역대 중국의 헌법기구 출범을 보도한 인민일보 1면. [사진 인민일보 DB]

5년 전에 지켜본 헌법은 더욱 권위적이었다. 2018년 3월 17일 군 의장대가 거위걸음으로 헌법을 단상에 올렸다. 군화 소리가 장내를 압도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헌법에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쥔 채 외쳤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하고, 헌법의 권위를 수호하며, 법이 정한 사명을 이행하고, 조국에 충성하고, 인민에 충성하며,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고 멸사봉공하며 인민의 감독을 받아들이겠다.” 3연임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을 마친 시 주석은 이날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재선됐다. 대표 2970명이 28개 붉은 전자투표함에 투표하는 동안 기자들은 밖으로 나가야 했다. 중국식 비밀투표였다.

다음날 인민일보 1면이 인상적이었다. 시 주석의 공식 사진과 헌법 선서 사진 두 장이 한 면을 가득 채웠다. 파격이었다. 5년 임기인 전인대는 새로운 회기마다 국가주석과 군사위 주석, 전인대 위원장과 국가부주석을 같은 날 뽑는다. 장쩌민 주석이 군사위 주석직을 넘기지 않았던 2003년에는 후진타오·장쩌민·우방궈·쩡칭훙 네 명의 사진이 똑같은 크기로 실렸다. 2008년 후진타오가 국가와 군 주석을 겸임하며 3명으로 줄었다. 2013년에는 국가부주석이 빠졌다. 두 명 남았다. 2018년 전인대 위원장의 사진까지 빠졌다.

중국 헌법을 살폈다. “모든 권력은 인민에 속한다. 인민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지방 각급 인민대표대회다(헌법 2조).” 2조보다 57조에 주목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최고 국가 권력기관이다.” 헌법이 전인대의 위상을 규정한 조항이다.

5년 전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헌법상 최고 국가 권력기관의 책임자 사진을 지웠다. 오늘 14억을 대표한다는 전인대 대표 2948명이 국가주석을 다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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