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잡이 우성용이 골문 지킨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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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웨딩 매치’의 주인공 임근재 감독(左)이 결혼 앨범 촬영을 위해 신부와 포즈를 취했다.[임근재 제공]

'사랑의 웨딩 매치'가 열린다. 프로축구 K-리그의 역대 득점왕 모임인 '황금발'과 축구 국가대표 출신 봉사모임인 '열하나회'가 벌이는 특별한 축구 대결이다. 시간은 12월 1일 오후 1시, 장소는 효창운동장이다. 이날 오후 6시에는 1992년 K-리그 득점왕인 임근재(37) 대신고 감독의 결혼식이 예정돼 있다. 그렇다면 축구 경기를 한 뒤 한꺼번에 결혼식장에 간다? 그렇다. 더구나 신랑인 임 감독도 전반전은 뛴 뒤 결혼식장(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으로 갈 예정이다.

웨딩 매치의 아이디어는 황금발 모임에서 나왔다. 결혼식 참석을 겸해 송년 모임을 하자고 했고 모이는 김에 "자선 축구경기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상대할 팀이 문제였다. 김도훈.유상철.김현석.노상래 등 무시무시한 골잡이들이 모인 팀한테 누가 도전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때 맞춤 상대가 떠올랐다. 열하나회였다. 열하나회 회원이기도 한 임 감독이 권형정 열하나회 회장에게 취지를 설명했고, 권 회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14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고, 두 모임에 모두 가입한 임 감독과 차상해(홍명보 축구교실 코치), 유상철(KBS 해설위원)을 합쳐 17명이 됐다.

구색은 갖춰졌는데 다시 고민이 생겼다. 황금발 회원은 모두 공격수 출신이라 수비나 골키퍼를 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25일이면 올 시즌 득점왕을 확정하는 꺽다리 우성용(성남 일화.1m92㎝.왼쪽 사진)에게 골키퍼 옷을 입히자는 것이다. 12월 1일이면 우성용이 슛을 막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열하나회는 느긋하다. 김병지.서동명(이상 골키퍼), 신홍기(수비), 하석주(미드필더), 노정윤(공격) 등 각 포지션에 골고루 선수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사람들은 축의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축구 꿈나무를 돕는 데 쓰기로 했다. 자코코리아(대표 박의환)에서 유니폼과 용품 일체를 후원했고, 황금발 후원회장인 화이텐코리아 성하준 사장도 푸짐한 선물을 준비했다.

황금발 박윤기 회장(서울공고 감독)과 열하나회 권 회장은 "의미 있는 이벤트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멋진 승부를 다짐했다.

정영재 기자

◆ 황금발=역대 K-리그 득점왕이 모여 2004년 12월 창립했다. 정회원은 15명이며, 우성용이 올해 득점왕을 확정하면 회원 자격이 생긴다. 매년 국내 선수가 득점왕이 되면 그 선수의 발 모양을 새긴 황금발 트로피를 증정한다. 득점 노하우를 꿈나무들에게 전수하는 교재 발간과 클리닉 등을 준비하고 있다.

◆ 열하나회=1990년 12월 권형정(현 회장).임종헌(울산 코치).홍명보 등 10여 명이 시작한 모임이다. 국내 프로 출신이면 회원 자격이 있지만 현 회원 34명 중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형편이 어려운 중.고교 팀에 축구공과 유니폼을 지원하는 등 좋은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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