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조선최강' 선봉장…새벽 4시반~밤9시에 꼭 챙기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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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를 만나다] 조재필 교수

 전기차 배터리 실험장비를 살펴보는 조재필 UNIST 교수. 송봉근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실험장비를 살펴보는 조재필 UNIST 교수. 송봉근 기자

충전해 재사용하는 배터리, 즉 이차전지 기술은 세계적으로 한·중·일 3국이 가장 앞서 있다. 기술 상용화의 시작은 일본이었고, 가장 큰 시장을 가진 건 중국이다.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배터리 삼국지’에서 한 축을 맡고 있다. 누군가 한국의 배터리 대표 선수 4명의 성을 따서 ‘조선최강’이란 이름을 붙였다. 조재필 UNIST 교수, 선양국 한양대 교수, 최장욱·강기석 서울대 교수다. 말 그대로 조선 최강의 기술을 보유한 배터리 고수 4인방은 매년 HCR(Highly Cited Researchers)로 꼽힌다. HCR은 각 분야에서 세계 상위 0.1%의 영향력을 가진 연구자를 의미한다. 조선최강에서 ‘조’를 담당하고 있는 조재필 특훈교수를 울산 UNIST 연구실에서 만났다.

배터리는 한·중·일 3국이 가장 강하다고 들었다.
“90년대 일본 소니에서 리튬이온 전지를 처음 상용화하면서 일본이 성장했다. 그 뒤로 한국이 따라갔고, 최근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이 급성장했다. 다만 배터리 자체 기술력은 한국과 일본이 가장 뛰어나다. 배터리 이전의 원천 기술은 미국의 성과가 컸지만 응용 기술은 한국, 일본이 빨랐다. 중국은 내수시장이 있고, 인건비가 싼 데다 배터리 양극 원료는 전 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가지고 있다. 복잡한 시스템은 아직 한·일을 못 따라오지만 돈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어 격차가 줄고 있다.”
한국이 앞설 수 있었던 힘은 뭔가.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비슷하다. 한국은 응용 기술이 상당히 강하다. 어떻게 개조(modification)해 어떤 제품에 넣을 것이냐는 쪽에서 강하다.”
주요 연구 분야와 성과는?
“배터리 음극(-), 양극(+) 소재다. 휴대폰 배터리의 음극은 100% 흑연을 쓴다. 이론적으로 음극은 실리콘을 쓰면 용량이 훨씬 커지는데, 문제는 내구성이다. 실리콘이 충전·방전할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부작용이 있다. 이걸 막으려면 입자를 최대한 작게 해야 하는데, 이 원천 기술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 흑연과 섞는 실리콘 비중을 점차 높이면 전기차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질 수 있다.”
양극 쪽에선 어떤 연구를 했나.
“배터리 수명은 양극이 어떤 소재냐에 달렸다. 니켈 비중을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기존 소재는 니켈이 80% 정도, 코발트가 5% 이상인데 우리는 니켈 함량을 98%까지 높이고 코발트는 1% 미만으로 만들었다. 또 기존 소재는 구조가 ‘다결정’이라서 충전을 수백 번 반복하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걸 ‘단결정’으로 만들어 수명을 높이는 방법도 찾아냈다. 작은 결정 여러 개가 뭉쳐 있는 ‘다결정’ 구조는 충전을 반복할수록 리튬이온이 드나들면서 뭉쳐진 입자를 깨뜨린다. 하지만 단결정으로 만들면 쉽게 깨지지 않아 수명이 30% 이상 늘어난다.”
단결정 구조를 만들려는 경쟁자가 많을 것 같은데.
“단결정의 핵심은 그 소재 안에 극소량의 제3, 제4 첨가제를 넣는 기술이다. 제가 설립한 에스엠랩(SMLAB)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첨가제에 관한 상당히 많은 특허를 출원, 이 원천 기술의 양산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만약 기술을 카피한다면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배터리는 어떤 인연으로 시작하게 됐나.
“석·박사(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때 세라믹을 합성하는 게 전공이었는데, 이게 배터리 양극 소재와 관련 있다. 박사 학위를 받고 조지아공대 박사 후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양극 소재를 연구했다.”

조 교수는 4시 반에 일어나 밤 9시에 잠자리에 든다. 수업 준비와 연구 시간 외엔 늘 논문을 읽는다. 이름 없는 연구자가 쓴 논문도 늘 살펴본다. 좋은 아이디어, 관점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치 20년 전의 조재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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