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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이재명의 오랑캐 발언, 방탄에 역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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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 139, 반대 138이라는 ‘찬성이 더 많은 부결’ 결론이 나온 건 민주당 내부 37명의 이탈표 때문이었다. 이 같은 조직적 반발이 수면 위로 표출한 데에 이 대표의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 ‘오랑캐 침략’ 발언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랑캐 침략 격퇴’를 운운하며 아무런 대책 없는 모습이 이탈 표심을 자극했다”며 “그날 간담회 이후 ‘이 양반은 안 바뀌겠구나’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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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낼 방안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며 “오랑캐 침입 자체를 막을 방법이나 회피할 방법은 없다”고 답했다.

비명계 초선 의원은 “그전까지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라’거나 ‘체포안 부결 후 다음 계획을 알려 달라’는 두 가지 의견을 전달했는데 둘 다 안 하겠다는 완강한 거부”라고 해석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이 대표와 지난달 23일 일대일 면담 약속을 잡았다가 간담회를 보고서 “만남 자체가 의미 없게 됐다”고 취소했다고 했다.

또 다른 전조(前兆) 현상도 있었다. 지난달 22일 이 대표와 친문재인계 모임인 ‘민주주의 4.0’ 의원들의 오찬 자리에서 한 의원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는 장면이 담긴 마태복음 27장을 읽었다고 한다. 당을 위해 희생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당 관계자는 “결국 불체포특권 포기든, 대표직 사퇴든 이 대표가 전혀 희생하지 않는 데 대한 집단 발발이 37명의 이탈 표심에 담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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