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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역사적 방문" 뜯어보니…"전투기 지원 없이 포옹만" 비판도

중앙일보

입력

“나는 베를린 사람입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1963년 6월 26일)

“미스터 고르바초프, 이 장벽을 허무시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1987년 6월 12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냉전 시기 케네디ㆍ레이건 전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 당시 역사적인 발언에 비견된다”(대니얼 프리드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과 함께 공개된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내용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받은 건 바이든의 포옹뿐”이란 비판적인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우크라이나군 전몰 장병 사진이 붙은 추모벽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작별의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우크라이나군 전몰 장병 사진이 붙은 추모벽 앞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작별의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 중 최대 4억 6000만 달러(약 5966억원) 규모의 무기ㆍ장비에 대한 추가 지원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때까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미래의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강한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32번째 우크라이나 지원책으로 주로 기존에 제공된 무기ㆍ장비의 후속 군수지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원 물자는 다연장로켓인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ㆍ하이마스)와 155㎜ 곡사포에 쓰는 각종 포탄 및 탄약, 대공 감시 레이더 4대, 재블린 등 대전차 화기, 포병관측차량(BFIST) 4대, 장비 회수용 전술차량 2대, 야간투시 장비, 전술보안통신체계, 의료용품 등이다. 그간 우크라이나가 강력히 요구해온 F-16 전투기와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를 지낸 존 허브스트 애틀랜틱카운슬 유라시아센터 선임이사는 “모스크바의 피비린내 나는 공세를 즉시 차단하고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가능하게 할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말을 키이우의 바이든으로부터 듣지 못했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나 크렘린의 패배가 목표라고 끊임없이 말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32번째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155mm 곡사포 포탄 등 최대 4억 6000만 달러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톤의 포탄 제조 공장에 쌓여 있는 155mm 포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32번째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155mm 곡사포 포탄 등 최대 4억 6000만 달러가 투입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톤의 포탄 제조 공장에 쌓여 있는 155mm 포탄. 로이터=연합뉴스

미ㆍ우크라이나 정상 간에 전투기와 미사일 지원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으나, 두 정상이 그 문제(전투기 지원)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고, 최근 몇 달간 언론에 나온 다양한 역량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장거리 미사일 문제가 논의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전문가들 사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확전 우려를 키우는 전투기ㆍ미사일을 제공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무기 지원 면면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국력을 더 소모시키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모자란 포탄과 탄약 등을 계속 공급하는 것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전세를 바꿀만한 지원은 아니다”며 “장기적인 소모전을 통해 러시아를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적인 목적도 내포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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