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대규모 추가 제제로 러 압박…中엔 '지원 말라' 연일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쟁이 더 길어질 것에 대비해 러시아를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정찰풍선 사태로 미ㆍ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도 더욱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관련 사안에 밝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 및 제재를 가할 계획”이라며 “러시아의 국방ㆍ에너지 부문, 금융기관과 주요 개인 등이 대상”이라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그간 러시아 측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이용하던 제3국 우회망을 집중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보안 당국은 러시아가 중국ㆍ홍콩 등의 유통업체를 경유하는 수법으로 금수 품목인 반도체 등을 조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한국ㆍ일본ㆍ독일제 신차 수입이 어려워지자 이들 국가의 중고차를 대거 우회 수입하는 등 대체재 시장도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진영도 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자주포를 쏘는 모습.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 진영도 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자주포를 쏘는 모습. AP=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따로 논평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도 다음 주 승인을 목표로 추가 제재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러시아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유 자산을 동결하기 위한 조치 등이 새 제재안에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러시아에 ‘자폭 드론’ 등 군수품을 꾸준히 제공해온 이란 등에 대한 제재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러 지원 시도도 용납 못해" 

러시아를 몰래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연일 중국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9일 CNN에 출연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잔인한 공격을 돕기 위해 어떤 군사적인 지원도 해선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과 시도가 있을 경우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이 될 것”이라며 “중국 측에 나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독일 뮌헨에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나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체계적인 제재 회피를 지원했을 때 발생할 영향과 결과를 경고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회동이 정찰풍선 사태로 촉발된 미ㆍ중 간 긴장 고조에 따른 것인 만큼 미국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서방 진영의 결속까지 노린 것이란 풀이다.

화력 지원 쏟아붓는 서방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화력 지원도 계속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들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화기인 NLAWㆍ재블린을 비롯해 M777 155㎜ 곡사포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민간인 피해가 확대되는 등 전장 환경이 불리해지자 휴대용 대공 미사일 스타스트릭과 첨단 지대공 미사일 체계(NASAMS)를 지원한 데 이어 최대 20㎞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엇(PAC-3)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이미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부터 미 본토에서 패트리엇 도입을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미국 등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화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흑해 훈련에서 루마니아군이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를 발사하는 모습. 우크라이나군도 이 무기로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등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화력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루마니아에서 열린 흑해 훈련에서 루마니아군이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를 발사하는 모습. 우크라이나군도 이 무기로 러시아군을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다연장로켓인 고속기동포병로켓체계(HIMARSㆍ하이마스)는 지난해 11월 러시아군이 점령하던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을 재탈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이마스의 사거리는 약 80㎞로 러시아의 다연장로켓인 BM-30 스메르치보다 사거리가 10㎞ 정도 더 길고, 정확도도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 아니라 미국은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IFV) 59대와 스트라이커 장갑차 90대를 추가로 보낸다. 미ㆍ영ㆍ독은 우크라이나가 강력히 요구해온 전차들(M1 에이브럼스 31대, 챌린저2 14대, 레오파르트2 14대)도 보낼 계획이다. 러시아군의 춘계 대공세가 시작되기 전 전차와 함께 훈련된 인원을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미 정가서 전투기·미사일 지원론

다만 우크라이나의 F-16 전투기 지원 요청에 대해선 아직 어떤 서방 국가도 응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예 “(전투기 지원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 의회 일각에서 전투기 지원론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19일 CNN에 출연해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둔 19일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반전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둔 19일 미국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서 반전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또 사거리 300㎞의 에이태큼스(ATACMS)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지원과 관련해서도 “더 오래 기다릴수록 전쟁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있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반대하는 공화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구(우크라이나 전장) 내에서 쓸 수 있는 전차와 달리 전투기와 미사일은 전구를 넘어서서 공격이 가능하다”며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이런 무기를 제공할 경우 전장이 러시아 본토로 확장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섣불리 지원 의사를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전후 우크라 안전보장해야" 

다만 러시아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폴란드 등은 여전히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에 전투기를 포함한 전면적인 화력 지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20~22일)을 앞두고 가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19일 보도)에서 “우크라이나가 당장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그렇다 해도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후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서방 무기체계에 대한 후속 군수와 우크라이나군 훈련 등을 전쟁이 끝나더라도 계속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20~22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를 방문한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5일 폴란드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 주둔 중인 미군 장병과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20~22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를 방문한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5일 폴란드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 주둔 중인 미군 장병과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마셜재단의 미하우 바라노프스키 바르샤바 사무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이런 문제를 내세워 논의하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직접 담판할 수 있도록 무장을 하는 ‘고슴도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