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위해「물류」에 눈 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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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운반해야 할 상품은 점점 많아지는데 교통체증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과거 생산경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줬던 인건비는 오히려 경영에 압박을 가할 만큼 올라가 버렸다.
그런가 하면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져 전처럼 하나의 품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체제는 살아남을 수 없게됐으며 경쟁도 워낙 치열해지다보니 많은 이익을 남기고 상품을 판다는 게 불가능해졌다.
사회환경이 이렇게 달라짐에 따라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기업들이 최근 들어 「물류」에 대해 부쩍 관심을 쏟고있다.
일반에는 생소한 「물류」라는 용어는 물적 유통을 줄인 말로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수송·보관·하역·포장·정보 등의 유통과정을 통틀어 말한다.
즉 공장에서의 생산원가절감이나 판매를 통한 최대이윤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최후의 미개척분야」로 불리는 물류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또 물류시스팀은 제품가격의 20%이상을 차지, 유통시장의 개방을 앞둔 기업들로서는 물류시스팀 개발에 의한 물류비용절감이야말로 기업경영을 좌우하는 새로운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물류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
그러나 일본의 경우 지난 73년 오일쇼크이후 물류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진 것에 비하면 아직 초보단계다.
현재 비교적 전사적으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곳은 한진·삼성· 럭키금성·대우그룹 등.
이미 항공·해운·육상운수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있어 종합운송업체로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있는 한진은 국제적인 종합 물류기업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다.
한진은 각 계열사를 조달물류·생산물류·판매물류 등 기능별과 운송수단별로 전문화해 종합적인 물류 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아래 이 달 초 종합 물류 연구소를 설립,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있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재고관리·주문·배달을 컴퓨터로 자동 처리하는 「자동재고 보충시스팀」을 운영, 경비절감과 신속한 배달을 실행에 옮기고있다.
이달 초 일본능률협회로부터 물류 혁신부문 경영혁신 상을 받은 제 일 제당은 지난 88년 물류 기획과를 신설하는 등 일찍부터 물류개선에 투자한 케이스.
제일제당은 그 동안 ▲차량 배차관리시스팀개발 ▲배송센터 24시간운영 ▲이전의 품목별 수송에서 지역별 수송으로 전환, 지난해 모두 21억원의 물류비용을 줄였으며 서비스도 나아지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또 아직 부분적이긴 하나 대우전자가 작년 7월부터 가전제품을 대리점은 주문만 받고 수 송은 본사가 전담하는 택배제도를 도입했으며 금성사도 서울 등 6대도시에 10여 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경도 이달 초 서울 창동에 회원제 도매물류센터(MSC) 를 개설했고 농심도 작년 말부터 전국 8개소에 종합화물하치장을 설치하는 등 물류개선에 투자를 지속하고있다.
한편 정부차원에서는 교통부도 유통관리법을 연내에 제정, 화물적체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중 부곡·양산 등 전국 5개 지역에 30만평규모의 종합화물 유통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서두르고있다.
미·일등 선진국의 기업들은 이미 「24시간 내 직송」 「재고0%」등을 목표로 물류 개선에 사운을 걸고있는 만큼 국내기업들은 지금이라도 물류에의 관심과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할 것이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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