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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에게 쓸 돈이었는데…'기금 47조' 겨우 30%만 썼다,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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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47조원대 기금을 운용하면서 한해 동안 이중 30%가량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풀어야 할 때 정작 쌓아만 놓아 재정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6일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기준 전국 243개 자치단체(기초 226개·광역 17개)가 운용하고 있는 기금은 총 2612개, 47조5399억여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기후대응이나 사회복지기금처럼 특정 행정 목적 또는 공익상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기금을 설치할 수 있다. 서울·세종·강원 등 17개 광역지자체의 기금 조성액은 28조1151억여원, 경기도 수원·부산 중구 등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기금 조성액은 19조4248억여원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기금 조성액 대비 사용한 돈의 비율은 평균 30.28%에 불과한 실정이다. 광역지자체의 경우 9조6335억여원(34.26%)을, 기초자치단체는 4조7617억여원(24.51%)을 사용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역지자체 중에선 세종시의 경우 5403억여원 중 361억여원(6.69%)을 지출, 사용액 비율이 가장 낮았다. 세종시는 재난관리기금 등 법정의무기금과 지역개발기금 등 법정재량·자체기금 등 총 14개를 운용하고 있다. 세종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노인복지기금 등 5개 기금을 운용 중인 경북 군위군은 561억원 중 6400만원(0.11%) 지출에 그쳤다.

기금은 예산과는 달리 그해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지 않아도 돼 수년간 이어지는 사업에서 활용되곤 한다. 예산회계법에서 규정한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등에서 기금은 예외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소는 “이런 예외가 다년간 지출 없이 기금에 예산을 적립하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021년 기준 각 243개 지자체가 거둔 세금에서 지출 총액을 뺀 나머지 돈인 ‘순세계잉여금’의 총합이 31조4000억여원이라고 짚었다. 기금에 조성된 돈(47조5399억여원)이 순세계잉여금보다 더 큰 규모인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묶어두는 게 과연 효율적이냐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묶어두는 돈으로) 재정 운용의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행정력 낭비인 동시에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행정 서비스를 과소 제공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짚었다.

또 대부분 예금 형태로 운영 중인 기금 상황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국의 지자체는 저금리 때 대부분 1~3%대 변동 금리로 기금을 운용했지만, 지난해 고금리를 고려하면 현재 금리 인상분을 어느 정도로 적용해 운용하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단 취지다.

연구소 관계자는 “각 지자체는 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조성 목적이 다 한 기금을 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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