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후보 북 편향적 새 통일장관 물색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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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0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반대 입장을 정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이 후보자의 국가관과 역사인식이 북한 편향적이란 게 가장 큰 이유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이 후보자의 임명을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키로 해 청와대.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6.25 전쟁과 김일성 부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 북한 인권 현실 외면 등으로 대한민국 국무위원이 갖춰야 할 국가관과 역사인식이 매우 부족하고 편향됐다"며 "당은 부적격 판정은 물론이고 (임명을 막기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자격이 있는 새로운 인물을 (통일부 장관으로) 물색하라"고 요구했다.

강창희 최고위원도 "후보자는 북한에서 임명한 것인지 의심할 만큼 편향적 인식을 가졌다"며 "그가 통일부 장관이 되면 통일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재정 후보자에 대해 "평화주의자의 탈을 쓴 친북 좌파 인사로, 장관에 취임할 경우 국체를 뒤흔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인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국회 통외통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임종석 의원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친북 좌파라고 부적절 판정을 내리느냐"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 주장을 병기해 보고서를 채택하자는데도 막무가내로 거부하는 건 정치적 횡포"라고 비판했다. 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위해 열린 이날 통외통위에선 여야 의원 간 날이 선 공방이 이어졌다. (열=열린우리당, 한=한나라당)

▶김용갑(한) 의원="이 후보자는 의심스러운 역사관, 위험한 대미관, 편향된 대북관, 혼란스러운 통일관, 북에 치중한 이념성, 하자가 큰 도덕성, 부족한 경험 등 일곱 가지 이유 때문에 임명돼선 안 된다."

▶장영달(열) 의원="통일부 장관 역할을 하려면 북한과 상대해야 하는 만큼 표현을 신중히 한 것 아니겠나. 수십년간 그를 지켜 봤는데 염려할 게 없다."

▶김무성(한) 의원="이 후보자는 '김일성 영생론'신봉자인 간첩 전력의 김남식씨 장례식에서 김씨의 업적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배기선(열) 의원="통일부 장관의 가장 큰 임무는 북핵 해결이다. 그의 발언은 북한을 배려하고 대화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신중히 한 것이다."

결국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통외통위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이 반대 입장을 꺾지 않는 한 보고서 채택은 시한(22일)까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처럼 본회의 보고 절차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의한 임명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는 국회의 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 또는 지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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