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직무태만” 결론/「전과누락」 수사발표 믿을만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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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담당검사 과실”로 어물쩍 매듭/검·경간의 감정틈새 오래 갈듯
민자당 의원들의 석방 탄원서 시비로 시작된 인천 조직폭력배 「꼴망파」 두목 최태준씨(38)의 전과기록 누락사건은 누락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고의성은 없으나 담당검사가 수사때 지켜야 할 절차를 무시한 직무태만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결론났다.
따라서 지난달 14일부터 이번 사건 진행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감정대립까지 빚었던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 전산처리의 문제점 등 허점만 부각시킨 채 일단 마무리됐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 사이에 미묘한 대립 분위기까지 노출시켰던 이번 사건은 결과적으로 양기관의 감정의 골을 깊게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대검이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밝히려 한 부분은 크게 두가지로 ▲최씨 전과 누락과정에서 컴퓨터조작 및 검·경의 고의성 여부 ▲최씨 석방 탄원서 작성과정에 국회의원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 등 탄원서 작성경위 등이었다.
이와 함께 이 사건와중에서 일어난 인천 「토지회관」파 조직폭력 송천복씨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석방 경위도 함께 조사했다.
검찰이 밝힌 최씨의 전과누락 경위는 다음과 같다.
87년의 반대파 습격사건으로 수배됐던 최씨가 김수철검사에게 2월5일 자수한 직후 김검사는 인천지검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최씨의 전과조회를 했으나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기록이 나와 초범으로 간주해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의 전과가 11범임에도 초범으로 나온 경위를 조사한 결과 최씨는 지난67년 8월 최초로 충남 서산경찰서에 입건될때 「50년 8월25일」로 생년월일을 진술해 지문원지에 기재됐으나 그 이후 여러차례 입건과정에서 「50년 9월15일」 「52년 9월13일」 등 세가지로 진술해 지문원지가 세종류였다.
그런데 전과기록 전산화로 81년11월 여러 생년월일로 나뉘어 있던 최씨의 지문원지를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원래 생일인 52년 9월13일이 아닌 최초에 진술한 「50년 8월25일」로 잘못 통일해 입력시킴으로써 김검사가 최씨의 진짜 생년월일인 52년 9월13일로 조회하자 「해당자료 없음」이라는 기록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자수직후 진술하면서 최씨가 폭력 등 4회의 전과가 있다고 자백해 김검사는 한번 더 컴퓨터조회 했으나 똑같은 기록만 나와 그대로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검사의 사건 처리과정에서 고의성이 없다는 설명으로 수사기록에 전과 4범이라고 진술한 최씨의 진술을 기재했으며 74년 업무방해와 76년 폭력행위 등으로 형을 산 출소증명서를 첨부한 사실을 들고 있다.
한편 최씨의 석방 탄원서 작성은 국회의원들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지구당 간부들이 지역의 민원사항으로 간주해 의원 본인들 모르게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부분이 있다.
우선 최씨가 87년4월 사건으로 지난해 전단이 만들어져 수배되는 등 널리 알려졌는데도 김검사는 최씨의 진술만을 믿고 검찰 예규까지 무시하면서 소홀히 신원확인을 한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검사가 조직폭력 전담검사임을 감안하면 의문점이 더욱 커진다.
이와함께 김검사가 평소 최씨와 술을 먹었다는 등 소문과 함께 경찰이 아닌 검찰에 자수한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이밖에 국회의원들의 탄원서는 법률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공인으로서 도덕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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