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시우-오지현, 신혼여행지서 상금 17억 PGA 투어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함께 트로피를 든 김시우와 오지현. AFP=연합뉴스

함께 트로피를 든 김시우와 오지현. AFP=연합뉴스

김시우(28)가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알레이 골프장(파70)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6언더파 64타, 합계 18언더파 262타로 헤이든 버클리를 한 타 차로 제쳤다.

김시우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에서 KLPGA 투어 7승을 기록한 오지현(27)과 결혼했다. 김시우는 결혼 후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 부부는 결혼 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집에서 쉬다 대회 참가 겸 신혼여행으로 지난주 하와이에 왔다가 잭팟을 터뜨렸다.

3라운드가 끝난 후 김시우는 “신혼여행 온 느낌이라 부담이 없었다. 경기 후엔 데이트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즐겁게 하와이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이날 스코어카드에 사인한 후 오지현과 남은 경기를 지켜보다 버클리가 마지막 홀 버디를 잡지 못해 우승이 확정된 후 포옹했다. 그리고 함께 트로피를 들었다.

3타 차 공동 5위로 경기를 시작한 김시우는 이날 1~3번 홀에서 줄버디를 잡아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버클리와 선두 경쟁을 하던 김시우에겐 17번 홀 버디가 결정적이었다. 파 3인 이 홀에서 김시우의 티샷이 그린을 넘어갔다. 만만치 않은 칩샷을 남겨뒀다.

마침 함성이 터졌다. 바로 뒷조에서 경기하던 버클리의 먼 거리 버디 퍼트가 들어가 터져나온 관중의 소음이었다. 버클리는 단독 선두,  김시우는 위기였다. 그리고 10m가 약간 안 되는 칩샷을 홀에 넣어 버디를 잡았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17번 홀에서 칩인 버디를 잡은 후 기뻐하는 김시우. AFP=연합뉴스

17번 홀에서 칩인 버디를 잡은 후 기뻐하는 김시우. AFP=연합뉴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시우는 “함성 소리를 듣고 나서 오히려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더욱 자신 있게 쳤다”고 말했다. 4라운드 내내 경기를 따라다닌 오지현이 매우 기뻤을 것이다.

김시우는 짧은 파 5인 마지막 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버디를 잡았다. 반면 버클리는 15번 홀에서 1m가 채 안 되는 짧은 파 퍼트를 넣지 못하고 쉬운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해 역전패했다. 김시우는 "마지막 홀에서 내가 버디를 하면 버클리가 압박감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됐다”고 말했다.

우승상금은 142만2000달러(약 17억6000만원)다. 김시우의 PGA 투어 통산 4승째다.

김시우는 "지현이가 지난해부터 함께 와서 시간도 보냈고 갤러리도 해줬다. 작년엔 대회에 나가느라 한국에 거의 못 갔는데 지현이가 자신의 경기도 하면서 결혼 준비를 하느라 고생했다. 작년 가을 일본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는 지현이가 경사가 심한 산길을 4라운드 내내 따라 걸어 고마웠다. 이번 대회는 결혼한 후 첫 시합인데 같이 와줘서 고맙고 기쁘다. 오늘 긴장되는 상황에서 지현이가 있어 함께 웃을 수 있었고 긴장도 풀렸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내가 경기할 때보다 더 떨렸다. 선수로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 때문에 남편이 더 멋지고 자랑스럽다. 같이 대회에 온 게 일곱 번째인데 결혼 후 첫 우승이라 더 기쁘다”고 말했다.

새신부는 또 “즐겁고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떨리고 긴장됐다. 우승 확정 후 남편에게 안겼는데 눈물이 났다”고 했다. 오지현은 또
“앞으로 모든 대회를 같이 다닐 예정이다. 예전에는 떨어져 지내야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그런 생각을 안 해서 좋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는 골프 선수보다 김시우 프로 아내로서 열심히 내조할 생각”이라고 했다.

15번 홀에서 샷을 하는 김시우. AFP=연합뉴스

15번 홀에서 샷을 하는 김시우. AFP=연합뉴스

김시우는 투어 11년 차다. 2012년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만 17세 5개월)로 통과했다. 어린 나이에 PGA 투어로 올라왔다가 고생도 했다. 2부 투어로 밀리기도 했던 그는 2016년 윈덤 챔피언십에서 첫 PGA 투어 우승을 했다. 2017년엔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했다. 오지현과는 2020년부터 2년 여 연애 후 결혼했다.

김시우는 이날 첫 3개 홀과 마지막 2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그는 20일 캘리포니아 주 라퀸타에서 벌어지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대회에 출전한다. 김시우가 2021년 우승했던 대회다. 그러니까 결혼 후 2개 대회 연속 우승도 꿈 만은 아니다. 김시우는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면 저도 열심히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안병훈과 김성현이 합계 12언더파 공동 12위, 이경훈은 10언더파 공동 28위다. 시니어 투어 선수이면서 PGA 투어에 도전한 최경주와 임성재, 김주형은 컷 탈락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