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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시위 저지 당한 전장연…경찰은 전장연 회원 24명 송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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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지하철 탈 수 있어요? 어디로 가야 하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오전 새해 첫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난달 20일 ‘휴전’ 제의로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13일 만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삼각지역 숙대입구 방면 승강장에서 출근길 선전전을 진행했다.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연대’ 회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전장연 회원들을 막아서며 기자회견 이전부터 곳곳에서 고성이 오갔다. “20년 전과 달라진 것 없는 한국 사회가 문제 아니냐”(전장연) “장애인 망신시키지 말라”(정상화연대) 등의 발언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시위에 앞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한 5분 타이머를 맞추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시위에 앞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한 5분 타이머를 맞추고 있다. 뉴스1

오전 9시 10분쯤 전장연 활동가들이 승강장으로 이동하자 혼란은 격화됐다. 삼각지역장은 15~20초마다 기자회견을 하는 전장연을 겨냥해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전장연은 “5분 이내 지하철 탑승을 허용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라.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반발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지하철을 탈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고 말하며, 대치는 종일 계속됐다. 전장연은 “종료 기한을 정해두지 않은 채 매일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치는 이날 종일 이어졌다. 전장연 측이 역사 내에서 자리를 옮겨다니며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등 대치가 격렬해지자, 지하철 4호선 전동차는 오후 3시 2분과 오후 8시 48분 이후 여러 편이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현장에 배치된 경찰을 향해 "폭력 경관 물러나라"고 외쳤다. 직장인 문현지(23)씨는 “문을 막아선 사람이 많아 다른 문으로 옮겨서 내렸지만 무서웠다. 길이 막혔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고 말했다. 캐나다인 제프리(24)는 “지금 이 열차를 탈 수 있냐?”며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시위를 반대하진 않지만, 캐나다에서도 이런 형태의 시위를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장연 회원들이 시위에 앞서 새해를 맞아 새배를 하고 있다. 뉴스1

전장연 회원들이 시위에 앞서 새해를 맞아 새배를 하고 있다. 뉴스1

전장연과 당국은 '5분 시위'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전장연이 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전장연은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은 5분 이내 지연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도 2일 "불법시위로 인한 이용객 불편, 공사가 입은 피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전장연에 대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도 추가로 제기하기로 했다. 2021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약 2년간 전장연이 총 82차례 진행한 지하철 내 시위가 그 대상이다.

경찰은 전장연 회원 24명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총 30건 29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그 중 27명을 조사해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12월에 고발된 사람 등 2명이 남았는데, 빠르게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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