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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활용하는 北…중·러 ‘방패막이’ 속 핵 고도화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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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북한 제8기 6차 전원회의 보고.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북한 제8기 6차 전원회의 보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주변의 신냉전 구도를 앞세워 핵·미사일 고도화에 전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022년 연말 제8치 6차 전원회의 보고에서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며 “강대강 정면승부 대적 투쟁 원칙에서 물리적 힘을 다지겠다”고 천명했다. 핵 개발을 규탄하는 한·미·일과 대미(對美) 레버리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핵 묵인 전략’을 고수하는 중·러의 갈등 구조를 적극 활용해 새해에도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신냉전’ 호재 삼는 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를 명시하며 햐후 중러와의 밀착 강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를 명시하며 햐후 중러와의 밀착 강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연합뉴스

북한 입장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한·미·일 vs 북·중·러’의 대립 구도로 고착화하는 건 핵 고도화의 ‘호재’에 해당한다. 핵 개발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듯한 중·러의 행태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북한에 집중되는 상황을 막아주는 데다, 대북 제재에서도 중·러가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서다.

실제 북한의 계속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5월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추진했지만, 중·러가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하며 이를 막아섰다. 이후 7개월간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제지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믿을 건 중·러 뿐

압록강 철교를 넘어가는 북중 화물열차. 연합뉴스

압록강 철교를 넘어가는 북중 화물열차. 연합뉴스

중·러는 ‘우회 지원’을 통해 북한이 기존 제재망을 회피하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국경을 봉쇄하며 중국과의 교역마저도 중단했는데, 올해 중순부터 북·중 교역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며 방역이 다소 느슨해진 영향에 더해 북한 민생경제가 한계 상황에 근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3만172t의 쌀을 들여왔다. 약 166억 규모로 2019년 9월 이후 최대 규모의 쌀 수입량이다.

나아가 북한이 이 같은 신냉전 구도를 명분으로 핵 개발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미국을 향해 “각종 핵타격 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 배치수준으로 들이밀었다”며 “일본 남측과 3각 공조 실현의 본격적인 추진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 같은 군사블록 형성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의 공조 태세가 북한에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핵·미사일 개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김 위원장이) 신냉전 구도를 콕 짚어 언급한 것은 한·미·일 3국의 위협에 맞서 핵 개발을 지속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며 “신냉전을 명시하며 대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북한은 중·러와의 밀착을 보다 강화하는 대외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핵실험 건너뛴 채 “전술핵 다량생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원회의를 통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전술핵 야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원회의를 통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전술핵 야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서 한국을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며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핵탄두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북한이 사실상 모든 준비를 끝마친 것으로 평가되는 7차 핵실험은 핵탄두의 소형화·경량화 등 전술핵 작전화를 위한 마지막 절차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7차 핵실험을 건너뛴 채 “전술핵 다량생산”을 지시했다. 이는 7차 핵실험 없이도 이미 기술적으로 전술핵 생산을 위한 기술적 점검이 끝났을 가능성이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가려면 신형 탄도미사일 및 신형 탄두가 생산돼야 한다”며 “그런데 추가 핵실험을 생략한 채 이를 선언한 것은 핵실험이 국제정치적 제약이나 기술적 문제로 인해 난관에 부딪혔음을 암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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