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 선거 NL(민족해방)계열이 압도적 우세-이번 주에 끝난 48개대중 26개대서 당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금주 들어 일제히 시작된 91년도 대학총학생회장 선거결과 지난해 급부상했던 민중민주 (PD) 계열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전대협 내의 다수파인 민족해방(NL) 계열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내년도 학생운동은 그 동안의 계파간 분열에 따른
침체를 극복, 커다란 결집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현재 선거를 실시한 전국 48개 대학 중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26개교에서 NL계열후보가, 17개교에서 비운동권후보가 당선된 반면 PD계열후보가 당선된 곳은 서강대 등 5개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선거를 치른 1백개대 중 32개교에서 당선, 「돌풍」을 몰고 왔던 비운동권은 강원·경북 등의 17개교에서 당선돼 지난해와 비슷한 비율이지만 학생운동의 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대학관계자들은 보고있다.「노학 연대의 계급투쟁」을 주장, 작년도에 학색운동의 상징성이 큰 서울대를「점령」하며 17개 대에서 당선, 기세를 올렸던 PD계열의 약세는 ▲올1월 전노협건설과 5월 노동절·반 민자당집회이후 별다른 노학연대의 이슈를 찾지 못한 점 ▲통일운동의 포함비율을 놓고 서울대·고려대·홍익대 등 주요대에서 2∼3명의 범PD후보들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점 ▲노사문제쟁점의 상대적 하강에 따른 사회분위기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자주·민주·통일」의 기치를 내세운 NL계열은 정부측의 7·20남북교류선언에 범민족대회라는「맞불 작전」을 구사, 남북대학생교류-북한영화상영강행 등 일련의「통일투쟁」으로 하반기학생운동의 분위기를 주도, 실세임을 부각시켜온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NL의 우위가 드러나면서 내년도 학생운동의 방향은「자주적 통일운동」및 총학생회강화와 학내복지증진이 주종을 이룰 전망.
서울대·연대·고대 등 대부분의 NL계열 당선자들은 정부의「북방정책」에 정면으로 맞서 창구독점논리와 반 통일성을 폭로한다는 자주적 통일운동의 내용으로 ▲유엔단독가입저지 ▲방학중 남북학생교환학교개설 ▲교환교수·교환학생제 ▲수학여행단 교류 ▲교과과정개편 상호지원 ▲모의유엔총회공동개최 등을 주장해왔다.
또한 이들은 ▲상호10만명 병력감축 ▲18개월로 군복무단축 ▲팀스피리트· 페르시아만 파병 반대 등을 냉전논리타파와 군측 평화의 방안으로 줄곧 제기해왔다.
최근「범죄와의 전쟁」을 내각제 포석을 위한「제2의 공안탄압」으로 규정하고있는 학생운동권은 내년 4·19비상학생총회 때까지 민자당의 내각제 개헌의도를 저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있어 정치권에 대한 파장도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유세 때 NL·PD후보자 공히 선거공약의 과반수를 차지했던 학생복지, 학사행정개선, 학원자주화 등 학내문제에 예년에 비해 많은 비중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그 동안 대학총학생회가 일반학생들로부터 유리된 채 독단적으로 운영되어왔다는 학내비판이 높은 점을 감안, ▲잦은 설문조사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 ▲과 단위학생회의 활성화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총학생회간부의 소환·파면권부여 등으로 전체학생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학생회역량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예비운동역량의 강화」를 위해 대학신입생에 대한 예비학교개설 및 신입생수련회 등을 통해 광범위한 대중성확보를 계획하고 있어 내년도 학생운동은 어느 때보다 커다란 결집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운동이데올로기의 생산자이면서도 전대협 1∼4기까지 한차례도 의장직을 차지하지 못한 채 88년부터 학생운동의「중심」에서 멀어져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연·고대회장 사이의 제5기 전대협의장직 경쟁과 소수파로 밀려난 PD계열의「지분」을 운동권지도부에서 어느 정도 인정해줄지도 관심거리다. <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