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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별세…남은 생존자 1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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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시 경안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옥선 할머니 빈소 모습. 사진 나눔의 집

경기 광주시 경안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옥선 할머니 빈소 모습. 사진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의 ‘나눔의 집’은 27일 이 할머니가 전날 오후 10시쯤 별세했다고 전했다. 사인은 급성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이다. 이 할머니의 사망으로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10명만 남았다.

지난 1928년(주민등록상 1930년생)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6세였던 1944년 “일자리를 주겠다”며 접근한 일본인을 따라나섰다가 중국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살았다. 해방 후 귀국한 뒤엔 보은 속리산 인근에 거처를 잡았다. 2014년부터는 보은과 나눔의 집을 오가며 생활하다가 2018년 나눔의 집에 정착했다.

고인은 위안부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1991년 최초로 피해를 증언한 고(故) 김학순 할머니에 이어 1993년 한국 정부에 피해사실을 알렸다. 2013년 8월에는 다른 피해자 할머니 등 12명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7년 5개월만인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 2019년 5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옥선 할머니가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뉴스1

지난 2019년 5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옥선 할머니가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뉴스1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할머니는 유난히 쾌활하고 주변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 할머니는 노래와 장구를 좋아하는 밝은 성격이었다”며 “음식이 있으면 꼭 주변 할머니들과 나눴다”고 말했다. 장녀 김경선씨는 “일편단심 나라를 사랑하는 분이셨다”며 “생전의 어머니 뜻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인은 슬하에 1남 2녀를 뒀다.

이 할머니의 별세로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피해자는 부산 출신 이옥선(95)·강일출(94)·박옥선(98) 할머니 등 3명으로 줄었다. 정부에 등록된 생존자 10명의 평균 연령은 93.6세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27일 “이옥선 할머니께선 생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를 누구보다도 열망하셨던 것으로 안다”며 “이제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중 생존자는 단 열 분에 불과하다. 편안한 여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고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광주시 경안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29일 오전 8시다. 광주시 중대동 자연장지로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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