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육-근·현대사 비중 너무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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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라는 인식은 역사연구의 출발점이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이기에 역사의 눈을 통해 현재를 정확히 볼 수 있으며,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할 때 역사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 있으며, 특히 현재와 가까운 근·현대사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교육은 이처럼 보다 비중 있게 다뤄져야할 근·현대사부문이 질·양면에서 모두 미흡하고 교과서롤 중심으로 한 교육내용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역사교육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은 계간학술지『역사비평』겨울호(근간예정) 기획특집 「근·현대사 교육」역사가 10인에게 듣는다」에 의견을 제시한 역사연구자 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나타났나.
『역사비평』은 ①전체 한국사 교육 중 근·현대사에 어느 정도 비중은 둬야하나 ②근·현대사교육 중 어느 부분은 특히 강조해야 하나 ③현행 국사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④한국사 교육 중 가장 가르치기 힘든 문제는 ⑤국내외 우리 나라 사람은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겠는가 등은 질문했으며, 응답자는 이원순(서울대)·정재정(방송통신대)·박현서(한양대 )·조동걸(국민대)·이민호(서울대)·이개석(경북대)·이영호(과학기술대)교수와 윤대원(성심여대 강사)·박준성 (구로역사연구소)·신병철(전직 고교교사)씨 등이다.
먼저 전체역사중 근·현대사의 비중에 대해서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부족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순교수는『현재에 충실하고, 나아가 내일의 역사강조를 위해 근·현대사의 비중이 전체의 5분의 3정도로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도『근·현대사는 현재의 우리삶과 직결되기에 그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개항이후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밝혔다.
박현서교수는『양적 비중만 아니라 집적 비중을 높여야한다며『특히 정부수립이후 현대사가 국가발전사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조교수는 이 같은 근·현대사교육의 원인으로 ▲교사들에게 근·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대학에서의 역사교육 ▲대입학력고사에서 근·현대사문항의 부실 등을 지적하고 ▲대학에서의 근·현 대사교육 강조 ▲대입학력고사의 근·현대사전담출제자 기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영호교수는 근·현대사교육 소홀의 원인으로「기존학계의 근·현대사연구부족과 사상적 경직성」을 지적, 연구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원순교수는『세계사적으로 근대의 역사적 과업은 자유민주사회건설과 민족국가의 형성·발전』이라며『우리민족이 이 두 가지 역사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어떻게 노력했는가를 강조해야한다. 근대국가로의 체제개편노력 (개학운동), 반봉건·반 외세운동(동학농민운동)·항일운동동이 그 예』라고 주장했다. 정교수도『민족국가건설운동을 강조해야한다』며 개항기 근대개혁운동, 일제하 민족해방운동, 해방직후 통일민족국가수립운동 등을 예시했다.
한편 중·고교생들의 역사적 안목을 넓히기 위해『지배계급의 정치사보다 사회경제·문화사 등 역사의 총체적 모습을 강조해야 한다』(조교수), 『한국 근 현대사와 밀접한 청·러시아 등 인접국가역사, 당시의 국제관계사 등이 함께 설명돼야한다』(이민호 교수)는 주장들도 많았다.
현행 국사교과서에 대해서는 응답자 모두 한결같이「국정」에서「검인정제도」로 바꿔야한다는 주장이었다.「국정」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든 한가지 교과서만 사용되는 것이며, 「검인정」은 문교부의 검정을 받은 여러 가지 개인 집필교과서가 사용될 수 있는 제도다.
이영호 교수는『검인정제도가 74년 국정으로 바뀐 것은 유신체제의 이념적 기반형성과 관련된 것』이라며『역사의식의 다양성을 꽃피울 수 있는 검인정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교수도『국정교과서로 말미암아 역사의 도식적 이해·역사적 사고의 경직성·흑백논리 조장 등 폐해가 많다』고 비판하고『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의 현대사부분은 거의 정권변론내용이므로 전면 수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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