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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문 정부선 전기료 동결해놓고, 정권 바뀌니 인상 주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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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본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본회의 시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 중인 한국전력공사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로 늘려 적자를 메울 수 있도록 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하 한전법)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올 한 해 기준 30조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으로선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대규모 손실이 적립금에 반영되면 현행법상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전법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03명 중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부결됐다. 개정안은 현행 ‘자본금+적립금’의 2배로 제한한 회사채 발행 한도를 5배까지 높여주는 게 골자다. 긴급할 때엔 최대 6배 범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날 본회의 부결은 탈원전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 토론에 이어 민주당의 대거 반대 및 기권표로 벌어졌다. 양이원영 의원은 “한전의 회사채 발행은 뛰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때문”이라며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했다.

반대 의원 61명은 김영선·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민주당·정의당·무소속이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권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부결을 예상치 못했다.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양이원영 의원이 반대 토론을 할지 몰랐다”며 “(토론 후) 의원들 사이에서 갑자기 5배로 올리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부결을 주도한 양이원영 의원은 정작 산자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선 두 차례 한전법을 찬성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소위 회의에서 “한전이 3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전기요금을 2023년 상반기에 두 배 정도 인상하는 전제로 동의드린다”며 조건부 찬성을 했다. 이틀 뒤 산자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의 없습니까”란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법안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해 한전이 146조원의 빚더미에 올랐다”며 “그 부담을 고스란히 윤석열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 소신에 따라 표결에 임했다”며 “하지만 정작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115명 중) 57명의 의원이 표결에 불참했다”고 반박했다.

회사채 발행 외에 남는 방안은 전기요금 대폭 인상과 정부 재정 투입이지만 정치적 부담이 크다. 국민의힘 산자위 간사인 한무경 의원은 “내년 1월께 되면 한전이 파산 지경에 이를 수 있다”며 “12월 임시국회에 다시 통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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