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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장도 나와야" 11년전 화제된 이건희 말, 현실이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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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삼성전자 신임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사진 삼성전자

이영희 삼성전자 신임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 사진 삼성전자

“임원 때는 본인의 역량을 모두 펼칠 수 없을 수도 있으나,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사장까지 되어야 합니다.”

2011년 8월 23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그룹 여성 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던 중 돌연 이 같은 격려를 전했다. 이날 오찬에는 당시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 등 삼성그룹 여성 임원 7명이 참석했다. 그룹 총수가 여성 임원들만 따로 모아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성까지 갖춰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며 직접 격려하는 이례적인 일에 삼성 안팎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후 진행된 첫 인사에서 첫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5일 2023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이영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이 DX 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DX 부문은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을 아우르는 사업 조직이다.

이로써 이영희 신임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비(非)오너가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사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연합뉴스

이 신임 사장은 로레알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로 2007년 삼성전자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무로 합류했다.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갤럭시 시리즈와 삼성의 글로벌 시장 브랜드 안착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 877억 달러(약 125조원)로 평가받으며,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과 함께 3년 연속 세계 5위권을 지켰을 만큼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이다.

당초 이 신임 사장은 삼성전자 내 여성 사장 후보 1순위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삼성 관계자는 “단순히 여성이라는 상징성만을 앞세워 사장에 임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끊임없이 능력과 성과를 검증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공개에 앞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진행한 3D 옥외광고 모습. 삼성전자

지난 2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공개에 앞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진행한 3D 옥외광고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 사장이 고객 중심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3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내세웠던 만큼 성별·국적과 상관없이 성과 중심의 파격적 인재 발탁과 조직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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