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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지 시위에 한층 커진 ‘차이나 리스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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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호 30면

2019년 10월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자들. 왼쪽부터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시진핑 국가주석, 장쩌민 전 주석(10월 30일 별세).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 확산 와중에 6일 열리는 장 전 주석 추도대회가 변수로 떠올랐다.[AP=연합뉴스]

2019년 10월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중국 전,현직 최고 지도자들. 왼쪽부터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시진핑 국가주석, 장쩌민 전 주석(10월 30일 별세).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 확산 와중에 6일 열리는 장 전 주석 추도대회가 변수로 떠올랐다.[AP=연합뉴스]

제로 코로나 봉쇄에 반발 대규모 시위

정치구호 등장, 장쩌민 장례 변수까지

교민 보호 만전, 경제 파장 최소화해야

중국 10여개 도시에서 최근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군중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그 파장이 우려스럽다. 지난 10월 당 총서기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체제는 이번 집단 시위를 적대세력의 침투 및 파괴 활동, 사회질서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엄단 의지를 밝힌 상태다. 1989년 이후 처음으로 공산당 퇴진과 최고지도자 하야 구호까지 등장하면서 공안(경찰) 당국과 시위대와의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시위는 신장(新疆)웨이우얼 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지난달 24일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참사가 기폭제가 됐다. 코로나 봉쇄 정책에 따라 쇠사슬로 아파트 출입구를 차단하는 바람에 대피를 못 해 희생을 키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3년간 고통받아온 중국인들의 불만을 자극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상하이 거리에 몰려나온 시위대는 “모든 봉쇄 조치를 해제하라”라거나 “중국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외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한 시위는 노동자와 대학생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아이폰을 생산하는 허난성 정저우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봉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고, 최근에는 베이징·상하이·충칭·광저우 등 대도시 대학가에서 코로나 봉쇄 해제와 자유를 외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시위대들이 당국의 검열에 저항하는 뜻을 담아 빈 A4용지 등을 들고 나서자 외신들은 ‘백지 시위’로 명명했다.

여기에 돌발 변수가 추가됐다. 상하이에서 와병 중이던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96세를 일기로 타계한 것이다. 장 전 주석은 1989년 6·4 천안문(天安門) 시위 유혈 진압 직후, 당시 실질적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에 의해 후계자로 발탁됐다. 재임 중 개혁·개방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고속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장 전 주석이 미묘한 시점에 별세함에 따라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국장(國葬) 성격의 추도대회에 눈길이 쏠린다.

1989년 4월 개혁파 후야오방 전 총서기 사망을 계기로 천안문 시위가 벌어졌던 것처럼 장 전 주석 장례가 봉쇄 반대 시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20차 당 대회에서 개혁 성향의 리커창 총리를 상무위원에서 탈락시키고, 후춘화 부총리를 정치국에서 배제한 결정이 중국인들의 개혁·개방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단 시위 사태에 대해 중국 당국은 강온 두 갈래로 대응하고 있다. 집단 시위는 공권력으로 틀어막고, 반감을 일으킨 방역 지침은 지역별로 완화해 민심을 달래고 있다. 내년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시진핑 3기 체제를 안정적으로 출범하려면 이번 시위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는 것이 시 주석에게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중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보편적 인권 규범을 유념하기 바란다.

중국 밖에서도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국제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이웃 나라 중국의 상황은 지정학적으로 인접한 한반도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의 정치 불안정에 따른 ‘차이나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현지 우리 교민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투자 기업들에도 불똥이 튀지 않도록 상황을 점검하길 바란다.

중국의 정치 불안정이 가뜩이나 침체한 중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면 금융 시장 등 세계 경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다각도로 상황을 살피면서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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