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쑥한 정장에 무전기 동원/쓰레기통 침입 신종아파트 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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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차적조회 집 알아내 사전 답사/보석 감정장비로 현장서 확인
서울시경에 14일 검거된 김광종씨(28ㆍ전과4범) 등 아파트 쓰레기통로강도 일당 4명의 범죄행각은 최근의 범죄가 얼마나 지능화되고 있고 범인들이 어느정도로 대담해져가고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줘 충격을 주고있다.
교도소 동기생들인 두목 김씨 등은 고급외제승용차를 타고다니는 여자들의 집주소를 확인한뒤 범인중 1명이 아파트 쓰레기통을 타고 집안으로 침투하는 동안 나머지 범인들은 워키토키를 들고 아파트 입구에서 망을 보는 007식 수법을 사용했다.
범인들은 범행장소에 갈때에는 모두 정장을 하고 고급승용차를 타고가 경비원들을 안심시켰고,범행뒤에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신고하면 죽여버린다』는 협박을 해왔다.
이들의 범죄수법은 국내에서는 처음 등장한 것으로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같은 범행에 대해 현재까지 아무 대책이 없는 실정.
경찰은 검거당시 5억원어치의 장물을 갖고 있던 점으로 미뤄 아직밝혀지지않은 범행이 많을 것으로 보고있다.
◇대상 물색=범인들은 훔친 승용차를 몰고다니며 강남일대에서 여자 혼자 몰고가는 벤츠 등 외제승용차나 호텔 등의 주차장에서 외제고급승용차의 차량번호를 적었다.
차량번호만 확인되면 강남의 자동차등록사업소에 찾아가 교통사고 피해자라며 차주와 집주소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고급아파트에 사는 경우에만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범행대상이 정해지면 범인들은 서너차례의 사전답사를 통해 집주인이 몇시쯤 외출하는가를 확인했고 집주인이 되돌아 올때에 대비,일당중 1명은 항상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한채 워키토키로 아파트에 침입한 범인들과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범행장소가 부유층이 사는 고급아파트라는 점때문에 의심을 받지않도록 답사때와 범행때에는 반드시 전원이 말쑥한 정장차림을 했다.
◇범행=고급 아파트의 경우 집집마다 출입문은 시건장치가 철저하고 경비도 심하지만 아파트 쓰레기통로는 무방비상태로 쓰레기통을 타고 올라가면 눈에 띄지않고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파트 쓰레기통은 내부벽에 울퉁불퉁한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되어있어 계단역할을 하기때문에 손쉽게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도를 당한 곳은 전 국회의원의 아들,회사 대표,의사 집 등으로 압수한 장물에는 1천만원짜리 흑진주 반지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롤렉스시계,금불상 등 최고급품들이다.
범인들은 또 저울과 보석감정기를 준비해 보석의 가격이 어느정도인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점=쓰레기통로를 이용하는 범행수법은 주범 김씨가 교도소에 있는동안 착안해냈다.
일단 범인들이 아파트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오면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 쓰레기통 1층에 잠금장치를 할 필요가 있다.
차량등록사업소의 경우 현재 1천원이하의 수수료만 내면 누구에게나 차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댜.<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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