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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는데 보러 왔다"...수만명 붉은 함성, 광화문 뒤덮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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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4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한국 대 우루과이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 인파로 가득 찼다. 오후 9시. 경기 시작까지 1시간 정도 남았지만 이미 수만 명의 시민이 모였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응원하고 있다. 이날 안전을 위해 ‘붉은악마 응원단’은 광화문광장에 500m가량 펜스를 설치했고, 경찰과 소방 인력 등은 수m 간격으로 배치돼 사고에 대비했다. 우상조 기자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응원하고 있다. 이날 안전을 위해 ‘붉은악마 응원단’은 광화문광장에 500m가량 펜스를 설치했고, 경찰과 소방 인력 등은 수m 간격으로 배치돼 사고에 대비했다. 우상조 기자

서울시는 당초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과 뒤편인 육조마당과 놀이마당만 사용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무대 인근이 인파로 가득 차자 경찰은 세종대로 6개 차로를 추가로 응원단에 내놨다. 무대를 둘러싼 펜스 앞으로 사람이 몰릴 때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은 호루라기를 불며 경광봉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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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거리 응원에서 붉은 옷과 태극기로 온몸을 꾸민 시민들만큼 눈에 띈 건 광장에 늘어선 펜스와 수많은 안전요원, 경찰이었다. 응원 행사를 주최한 ‘붉은악마 응원단’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부터 광화문 앞까지 도로변과 인도를 따라 500m가량 펜스를 설치했다. 펜스 앞에는 경광봉을 든 주최 측 안내 요원들과 경찰, 서울시 공무원 등이 수m 간격으로 배치돼 “우측통행을 해 달라” “앞으로 가 달라” 등을 외쳤다.

한국과 우루과이의 월드컵 경기 응원 인파로 환하게 불을 밝힌 서울 광화문광장. [뉴시스]

한국과 우루과이의 월드컵 경기 응원 인파로 환하게 불을 밝힌 서울 광화문광장. [뉴시스]

광화문광장에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구로 통하는 내리막길은 경찰 버스로 막았고, 세종문화회관 버스 정류소는 임시 폐쇄됐다.

이태원 참사 이후 첫 대규모 거리 응원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에서 펼쳐졌다. 시민들 사이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정옥순(63·경기도 고양)씨는 “너무 금방 (참사가) 잊히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은경(23·서울 노원구)씨는 “3년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니 다 함께 뜨겁게 응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일대를 구경하러 온 임선아(44·미국 거주)씨는 “잘 준비했을 거란 믿음이 있다. 다른 때보다 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경기 시작 전 사전 행사부터 수차례 안전을 강조했다. 세종대왕 동상 옆으론 종합안내소와 응급센터, 운영본부, 경찰·소방 지휘소가 차려졌다. 경찰은 경찰관 41명과 8개 기동대 등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획을 나눠 인파를 분산하고, 관측조를 운영해 인파가 집결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도 소방공무원 54명과 소방차 9대, 119구급대 4개대, 구조대 2개대를 광화문광장 일대에 배치했다. 소방 관계자는 “구급차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별도 통행로를 마련하고, 현장상황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276명을 투입해 현장 순찰과 안전관리에 나섰다. 붉은악마도 자체 안전관리 인력을 기존 150여 명에서 300여 명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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