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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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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택시장 ‘거래절벽’, 역전세난도 우려돼

규제 지역 해제 이어 세제 개편 서둘러야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등 부동산 규제 지역을 대폭 풀었다. 서울과 경기도 네 곳(과천·하남·광명과 성남 일부)을 제외하고 경기도 대부분 지역과 인천·세종시 전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다.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세종시를 뺀 지방 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한 이후 세 번째 조치다. 규제 지역에서 벗어나면 대출·세금·분양 관련 규제의 상당 부분이 자동으로 풀린다. 정부가 시장 상황을 점검해 가며 단계적으로 규제 지역을 풀어가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는 또 무주택 실수요자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미분양 사업장에 대한 대출 보증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대출자의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빚을 내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가계부채 급증을 경계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한 건 긍정적이다.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현실화율) 조정과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은 정부가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현재 주택시장에선 ‘거래절벽’이 심각한 상황이다. 집을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에서 서로 원하는 가격의 격차가 커지면서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고금리·고물가·저성장의 충격에 집값 하락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장에선 ‘급급매’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월평균 4만6000건에 그쳤다. 지난 15년간 월 평균치(7만9000건)를 크게 밑돈다.

경고등이 켜진 건 매매시장만이 아니다. 주택 임대시장에선 전셋값이 급락하며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임대차 2법’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과도하게 올랐던 2년 전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분양시장 위축으로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물론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자칫 부동산 시장 전반에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값 상승기에 도입했던 규제를 집값 하락기에도 그대로 고집하는 건 맞지 않다. 각종 규제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주택시장 안정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불필요한 것부터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까지 나온 부동산 규제 완화는 법률 개정 없이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나서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할 때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징벌적’ 부동산 세법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는 합리적 세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부동산 세법 개정안은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의식주에 속하는 주택 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는 민생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