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찬 용품만 200만원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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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패션 코드에는 스포츠 과학이 보인다. 스포츠 마케팅도 읽힌다. 또 그만의 개성도 엿볼 수 있다.

올해 들어 그가 타석에 들어서면 웅장하고 화려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야구를 잘했던 덕도 있겠지만, 고급 유니폼이 돋보였고 삼성 라이온즈와 일본의 지바 롯데 마린스 시절보다 착용하는 장비가 많아진 점도 이유로 작용했다.

이승엽이 차고 입는 야구용품의 총가격은 대략 200만원이 넘는다. 골프를 제외하고 이렇게 복잡하고 비싼 장비가 필요한 종목은 없다. 그라운드 패션을 통해 날로 진화하는 스포츠 과학과 마케팅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다.

특수 기능 유니폼

요미우리는 부자구단답게 올 시즌 최고급 유니폼으로 교체했다. 상.하의를 합친 무게는 보통 1㎏ 정도지만 요미우리 유니폼은 800g이다. 불과 200g의 차이지만 요미우리 선수들은 "정말 가볍고,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며 좋아했다. 요미우리의 새 유니폼 가격은 일반제품의 2배 정도인 30만원 안팎이다.

요미우리는 유니폼 디자인을 바꾸면서 원정 유니폼을 검은색으로 통일했고, 구단 로고 대신 'Giants'를 새겨넣었다. 과거의 영화를 잊고 새 출발을 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광택 없는 헬멧

요미우리의 상징인 무광(無光)헬멧. 여느 제품과 달리 도색 후 코팅을 하지 않아 군용 헬멧과 비슷해 전투적인 이미지를 준다. 강도 등 품질도 뛰어나 일반제품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개당 20만원 선. 독특한 무광헬멧은 국내에서도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 여름 LG트윈스 포수 조인성이 팬으로부터 무광헬멧을 선물 받았고, SK 와이번스의 이진영과 정경배 등은 일반 헬멧을 사포로 문질러 코팅을 벗겨냈다.

미즈노 배트

이승엽은 삼성 시절 BMC, 2004년 지바 롯데에서는 사사키 배트를 썼다. 지난해부터는 미즈노의 단풍나무 방망이를 협찬받고 있다. 협찬사는 그가 원하는 무게.모양에 꼭 맞춰 방망이를 만들어준다. 이승엽은 그립 부분이 얇고 헤드가 두꺼운 스타일을 선호한다. 또 스윙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920 ̄930g 정도였던 배트 무게를 870 ̄880g으로 낮췄다. 배트를 따로 구입하려면 25만 ̄30만원가량 든다. 국내에서도 스타급 선수들은 10만 ̄12만원 정도의 배트를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미즈노 미트

미즈노사의 미트를 쓴다. 1루수 미트는 포수 미트 다음으로 비싸다. 이승엽이 쓰는 최고급품 같은 경우 35만원이 넘는다. 물론 그에게는 무상 지원된다. 이승엽이 특정사의 배트와 방망이를 쓰는 것만으로 협찬사는 그 몇 배의 홍보효과를 올릴 수 있다. 그 때문에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계약금을 따로 주는 것이 관례다.

나이키 스파이크

나이키는 국내 시절부터 이승엽에게 스파이크.배팅 글러브와 각종 의류를 지원해 왔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신는 스파이크는 30만원 상당의 최고급품. 이승엽은 "올스타전 등 번외경기 때는 조금 더 요란하게 디자인된 스파이크를 따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나이키 역시 그와 스폰서십 계약이 돼 있다. 이승엽이 국내에서 여는 자선골프 이벤트나 팬 사인회도 나이키가 후원한다.

팔꿈치 보호대

그는 국내에서 뛸 때 팔꿈치 보호대를 거의 차지 않았다. 워낙 반사신경이 좋아 몸쪽으로 날아드는 공을 잘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투수들은 이승엽을 견제하기 위해 잔인할 만큼 과감하게 위협구를 던져 팔꿈치 보호대가 필수용품이 됐다. 미즈노 제품으로 가격은 5만원 안팎.

무릎 보호대

유니폼 안에 얇은 스펀지로 된 보호대를 착용한다. 사진에서 무릎부터 장딴지까지 부풀어 올라 있는 부분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후반 무릎 통증을 호소하면서 보호대 착용을 잊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웬만한 국내 선수들이 대부분 착용하는 레그 가드(종아리 부분을 덮는 플라스틱 용품)를 이승엽은 쓰지 않는다는 것. 이승엽은 타격시 공의 밑부분을 깎아치듯 올려 때리고, 워낙 힘이 뛰어나 공을 밀고 나가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자신의 타구에 맞는 법이 없다.

손목 보호대

손목 보호대의 용도는 두 가지. 팔뚝에 공을 맞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이고, 경기 중 땀을 닦는 데에도 이용된다. 이승엽은 원정.홈.주말 유니폼에 맞춰 각기 다른 모양과 색상의 보호대를 착용한다.

배팅 글러브

배팅 글러브도 유니폼에 따라 형형색색으로 변한다. 배팅 글러브는 손과 배트의 마찰력을 크게 해줘 임팩트시 타구에 힘을 싣는 데 유용하다. 배팅 글러브를 끼지 않고 맨손에 송진을 묻혀 쓰는 선수도 있다.

건강 목걸이

이승엽이 착용하는 건강 목걸이는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선수들도 2 ̄3년 전부터 건강 목걸이와 팔찌를 많이 차고 있다. 그의 건강관리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도 시즌 중에는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금가루를 넣은 물(금수)을 자주 마시며 건강식으로 홍삼만 복용한다. 도핑테스트 때문에 녹용도 먹지 않는다. 선수들이 즐겨 먹는 개고기나 뱀고기는 아예 먹지 않는다. 대신 장어와 소.돼지 고기 섭취를 즐긴다.

반바지 유니폼

흔히들 '농군 패션'이라고도 한다. 스타킹을 무릎까지 끌어올려 승부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다.

이승엽은 지난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역전 홈런을 터뜨린 뒤 "평소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았다. 마침 그날 스타킹을 올려 신은 것을 발견했다"고 회고했다. 이승엽은 이에 착안해 WBC 대회 끝까지, 그리고 일본에서 시즌에 들어간 이후로도 줄곧 이 패션을 유지했다. 이승엽이 농군 패션으로 홈런을 펑펑 쳐내자 아베 등 요미우리 동료들이 이 패션을 따라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화 이글스 김태균, KIA 타이거즈 장성호 등이 비슷한 유니폼 코드를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이승엽과 같은 1루수인 점이 같다.

김식 일간스포츠 기자.seek@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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