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장미여관…』둘러싸고 마 교수-영화사 측 계속 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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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화 시나리오『가자 장미여관으로』의 원작자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영화제작사 현진 필름을 상대로 낸 영화제작·배포·상영 등 금지가 처분신청사건에 대해 최근 서울민사지법 합의51부(재판장 권성 부장판사)가 『이유 있다』고 받아들여 마 교수의 시나리오에 기초하지 않고는『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제목의 영화를 제작·배포·상영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하자 마 교수는『원작시나리오를 상업주의적 발상에 따라 멋대로 뜯어 고쳐 온 충무로의 타성에 일침을 놓았다』며『저작인권의 보호라는 관례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손해배상청구의 후속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득의양양.
반면『가자 장미여관으로』의 감독을 마 교수에게 맡겼다가 연출도중 해약해 송사에 휘말린 현진 필름 측은『마 교수의 저작인권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시나리오의 내용과 그 동안의 촬영내용이 도저히 일반공개가 불가능한 포르노 일색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감독 직을 그만두게 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척 억울한 표정.
현진 필름은 1심에서 패소하자 바로 항소를 준비중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 교수의 관능주의의 실체를 공개 리에 검토해 보라며 지금까지의 촬영 분을 비디오테이프에 담아 관계 요로에 보냈다.
지난 7월 3일 크랭크인해 8월 6일 마 교수의 감독 해임 때까지 다섯 차례 촬영 분 1만3천피트 가량의 필름을 담은 이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은 권태로운 일상에 지친 30대 남자가 손톱·발톱을 길게 기르고 높은 뾰족구두를 즐기며 요란한 장신구로 치장한 20대 여자와 관능의 유희를 벌이며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다.
이중에는 ▲카 섹스 ▲남자가 여자의 목에 개 목걸이를 걸고 개처럼 끌며 산책하는 장면 등도 포함돼 있어 현진 측은『이러한 장면이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심의 통과될 리도 없고 설사 삭제 통과된다 하더라도 영화로서 관객에게 보여줄 수 없는 포르노』라고 주장.
이에 앞서 마 교수는 가처분신청서에서『현실 일탈 적 관능주의를 통해 예술로 승화되는 개성적 미학 추구의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을 스토리위주의 에로티시즘으로 각색한 것은 관객에게 영합하는 영화사의 상업주의적 횡포』라고 주장하고『나의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극장을 찾았을 때 책과 유리된 채 영화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화면을 보며 느낄 배반감을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
그러나 현진 필름 측은 『시나리오의 원작 료와 각색 료를 지불한 다음의 시나리오 각색 문제는 항소심 중에서 계속 다뤄지겠지만 이번의 경우는 주인공 남녀가 만나기만 하면 변태적 성행위로 일관하는 내용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 수 있겠느냐』며 수 차례에 걸쳐 마 교수에게 개작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동안 든 2억 여 원 이상의 제작비 손실을 감수하고 다시 영화를 찍게 됐다고.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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