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가요 국내 상륙 "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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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 가요의 국내 침투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일본의 중견 여가수 가토 도키코(44)는 12월 6일 롯데호텔에서 대부분 일본 가요 레퍼토리로 공연한다.
이 공연을 주최하는 CBS/SONY사는 한국·일본의 대중가요 교류의 장이 될「한일음악제」(가칭)도 추진하고 있다. 또 공연이 성공할 경우에 대비, 일부 일본가요의 음반 제작·판매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음악제」는 다큐멘터리『실크로드』의 음악작곡자로 유명한 신서사이저 연주자 기타로씨의 한국공연, 조용필·패티 김 등 국내 정상급가수와 일본 정상급 가수들의 합동공연, 한국·일본의 대중음악 밴드교환 공연 등으로 짜여 을 연말이나 내년 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국민감정을 해친다는 등의 이유로 일본 영화와 함께 홍보·보급을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과정을 통해 금지하고 있는 일본가요에 대한 이번 공연허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록 상업적인 공연이 아니고 신체 장애인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하여 일본가수의 국내진출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번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7일 내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가토씨는 『일본가수로 한국에서 정식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줄 안다』며 『이 공연의 큰 목적은 「음악에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가요의 한국진출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는 이번 공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일본측 분위기를 대변하듯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NHK, NTV등 일본언론의 20여명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히 이 공연을 주선한 프로듀서 가네코 히로아키씨는『이번 공연을 계기로 음악을 통한 한일 문화교류에 조그마한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혀 일본가요의 한국진출이 적극 모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프랑스 샹송의 영향을 받은 스탠더드 팝이 자신의 음악 장르라고 소개한 가토씨는 이번 공연에서 대표적인 항일가인『봉선화』도 부르게 된다며 한국인들을 위한 레퍼토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편 주최측은『이 공연이 상업적인 일본 가요의 한국진출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금 전액을 신체 장애인을 위한 기금으로 쓸 계획이며 큰 콘서트홀 공연이 아닌 소규모 디너쇼 형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일본 가요의 상륙 움직임과 관련, 일본 위성방송 등을 포함한 일본 대중문화의 침투에 우리 대중문화가 무방비상태에 놓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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