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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 “끈질기게 악 추적하는 기자, 처음엔 왜 그럴까 이해 못했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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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작은 아씨들’에서 가난한 집 둘째 딸 오인경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작은 아씨들’에서 가난한 집 둘째 딸 오인경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세상에 이렇게까지 끈질긴 사람이 있을까?”

9일 시청률 11.1%(닐슨코리아)로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둘째 오인경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27)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질문이다. 제아무리 사명감이 투철한 사회부 기자라고 해도 악의 뿌리인 정란회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영 전 서울 논현동에서 만난 남지현은 “리포팅 신을 위해 촬영 전부터 자문 기자와 만나 연습을 했다. 한 가지 사건을 쭉 쫓아간 다음에 마지막 퍼즐까지 딱 맞춰 세상에 알리는 쾌감이 생각보다 크고 중독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경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게감 있는 배역으로 연기 변신에도 성공했다. 갑자기 눈앞에 떨어진 700억원이라는 거금 앞에서 흔들리는 첫째 오인주(김고은)와 부모를 바꿔서라도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은 막내 오인혜(박지후) 사이에서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 한편 서울시장 후보 박재상(엄기준)이나 원상아 관장(엄지원) 등 온갖 악행을 일삼던 원령가의 증거를 수집해 고삐를 서서히 조여나간다.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2018) 등 로맨스물에 주로 출연해온 그는 “그동안 모두의 응원과 관심,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캐릭터가 많았다면 인경은 결이 다르다. 누가 뭐라 하든 옳다고 생각하는 걸 위해 전진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헤어질 결심’을 재밌게 봤는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그 정서경 작가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며 “대본을 볼 때마다 완성본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기대됐다”고 말했다.

“뒤로 갈수록 전개가 빨라지는데 12부작이라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 “나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일을 하는 타입”을 꼽았다. 2004년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를 시작으로 ‘선덕여왕’(2009) 등 아역배우로 이름을 알린 그는 “인생 모토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되게 천천히 가는 사람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면서 주위에서 여러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속도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그는 “정신을 차려보니 배우의 길을 걷고 있어서 거꾸로 이 직업이 가진 의미를 찾다 보니 꽤 오래 걸렸다”고 했다.

“20대 초반엔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무서웠어요. 과연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2014~2015)를 하면서 유동근·양희경·김정란 등 선배들이 즐겁게 일하는 걸 보면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반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을 일으킨 박은빈과 서강대 심리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남지현은 “심리학이 연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진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명확하게 알게 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다 보니 힘든 줄 몰랐는데 이제 졸업하고 나니 힘이 넘친다.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특별히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작품을 봐주신 분들의 해석에 따라 다 다르게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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