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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636억 빼돌려 3338억 꿀꺽...'면대약국' 건보 갉아먹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5년간 불법 면대 약국으로 적발된 112곳의 대한 환수 결정금액은 2017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5년 6개월간 3636억7200만원에 달했다. 중앙포토.

최근 5년간 불법 면대 약국으로 적발된 112곳의 대한 환수 결정금액은 2017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5년 6개월간 3636억7200만원에 달했다. 중앙포토.

A 약국은 비의료인이 약사를 고용해 개설한 곳이다.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운영도 맡지만 적법하게 개설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2010년 1월경부터 2017년 9월까지 약 8년간 746억여원 상당을 편취했다.

한 대형병원의 설립자 가족들은 2000년 7월 의약분업으로 병원에서 의약품을 팔 수 없게 되자 병원 자금을 투입해 직접 면허대여약국(면대 약국)을 개설하기로 했다.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2008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204억여원을 부정으로 받았다.

불법 ‘사무장병원’ 못지않게 면대 약국의 불법 행위로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 현상이 심각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면대 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 약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운영하는 불법 기관이다. 서류상으로는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주인행세를 하지만 실제 주인은 일반인인 형태다. 병원으로 치면 사무장병원인 셈이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면대 약국 연도별 요양급여 환수 결정 및 징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불법 면대 약국 112곳에 대한 환수 결정금액은 2017년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5년 6개월간 3636억7200만원에 달했다.

건강보험법상 약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약사 면허를 대여받아 약국을 운영해 얻은 요양급여는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금액 전부를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면대 약국이 불법으로 빼내 간 요양급여액에 대한 환수 실적은 미미하다. 같은 기간 환수 금액은 298억6700만원(징수율 8.21%)에 그쳤다.

면대 약국은 불법 사무장병원과 더불어 건보재정을 갉아먹고 건강보험료 상승을 초래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면대 약국은 약 조제를 통해 건보공단에서 요양급여비를 타내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얻는다. 약국 요양급여비는 건강보험공단 부담금 70%, 본인 부담금 30%로 이뤄진다. 약 조제비가 1만원이라면 7000원은 건강보험공단이, 3000원은 환자가 부담하는 식이다. 주로 개설 자금을 투자한 일반인이 면허를 대여해준 약사에게 월급을 주고 발생한 이득을 가져가거나 약사와 이면 계약을 맺어 이득의 일정 지분을 챙기는 수법으로 운영된다.

면대 약국은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특정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특정 의약품만 처방토록 유도하는 등 건강에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건보공단이 불법 기관 근절대책을 마련해 단속하지만, 내부 고발이나 수사를 통하지 않고선 좀처럼 실체를 잡기 어렵다.

강선우 의원은 “면허대여약국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등 국민 건강에 큰 피해를 주는 만큼 건보공단에서는 신속하게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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