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심장 질환에 획기적 치료 길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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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임신 중인 자궁 내 양수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심장 판막을 배양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15일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미국 심장학회에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선천성 심장 판막 질환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의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태아를 임신한 상태에서도 심장 판막을 만드는 게 가능해 더욱 의미 있는 연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막 결손 상태로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배양해둔 심장 판막으로 즉각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태아의 심장 판막 이상 여부는 임신 20주부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 신생아의 1%(연간 약 100만 명) 정도가 심장 결손 상태로 태어난다. 지금까진 이들 환자에게는 인공 판막이나 동물 판막 또는 기증받은 판막을 이식했다.

그러나 인공 판막은 해당 부위에서 피가 굳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동물 판막 또는 기증받은 판막은 거부 반응을 일으키거나 시간이 흐르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적잖게 발생한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심장은 크는데도 이식받은 판막은 자라지 않아 수술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줄기세포로 만든 판막은 거부 반응이 없는 데다 심장과 함께 자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배아(胚芽)를 파괴하지 않고 양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 윤리 시비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일본 연구팀도 이날 토끼를 이용, 다른 동물의 심장 판막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최근 줄기세포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심장 판막에 앞서 방광 및 혈관 배양실험도 잇따라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머잖아 거부 반응이 거의 없는 장기 교체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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