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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대일로 막아라...日 "3년간 아프리카에 40조원 투자"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아프리카에 약 40조 원의 투자를 약속하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견제하고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7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개막식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앞으로 3년간 일본 정부와 민간이 합쳐 총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아프리카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프리카개발회의 개막을 기념해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프리카개발회의 개막을 기념해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아프리카 지원은 엔 차관 등 공적개발원조(ODA)와 정책 금융기관 융자, 민간 투자 등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개발은행에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를 융자하고, '아프리카 녹색 성장 이니셔티브'에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심각해진 아프리카 식량 위기를 고려해 식량 생산 강화에 3억 달러(약 4000억 원)를 투자하고, 보건·의료·교육·농업 등 분야에서 30만 명의 숙련 노동자를 양성한다.

1993년 일본의 주도로 시작된 아프리카개발회의는 2013년부터 3년마다 일본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열린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온라인으로 참가하고 대신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을 파견했다.

"지속가능한 아프리카 지원"

일본의 이 같은 '통 큰 지원'은 차관 등을 매개로 한 중국의 아프리카 장악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기시다 총리를 대신해 27일 튀니지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기시다 총리를 대신해 27일 튀니지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하며 "국제사회가 질서 기반의 규칙을 포기하고 일방적인 현상 변화를 받아들이면 이는 아프리카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대만해협 등에서 긴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일본은 아프리카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되겠다"며 "채무 건전화 개혁을 진행해 지속 가능한 아프리카를 지원하겠다"는 말도 했다.

'채무 건전화'를 콕 집어 언급한 것도 중국과 일본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00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을 만들며 새로운 아프리카 정책을 내세웠다. 특히 2018년에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를 촉구하며 약 600억 달러(약 80조 5000억 원) 규모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빌린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여파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등 '채무의 덫'에 빠진 상태다. 일본은 이런 국가들이 빚을 갚지 못한 대가로 각종 이권을 중국에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이 이번에 아프리카를 지원하면서 '건전한 재무 상태'를 조건으로 내걸어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빠져나오도록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한발 앞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부채 탕감을 약속했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8일 화상으로 진행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장관급 회의에서 "중국과 아프리카는 높은 수준의 일대일로 협력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 측은 2021년 말이 상환 만기인 아프리카 17개국의 대(對) 중국 무이자 대출 채무 23건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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