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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남성 간 성관계 처벌 안해…게이도 우리 국민”

중앙일보

입력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싱가포르가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377A조를 폐지할 방침이다.

CNN, 로이터 등 외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 국경절 기념 연설에서 “정부는 형법 377A조를 폐지하고 남성간 성관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또 “다른 모든 인간 사회처럼, 우리도 게이 인구가 있고 이들도 우리 싱가포르 국민”이라며 “이들은 우리의 동료, 친구, 가족이며, 이들도 자신의 삶을 살고 싶고 우리의 공동체와 싱가포르에 기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이 올바른 일이라 믿으며, 싱가포르 국민들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성 간 성관계와 결혼을 금지하고 있는 형법 377A조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38년 생겨났다. 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동안 성소수자 인권단체로부터 이 법안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형법 377A조는 꾸준히 유지됐다. 다만, 싱가포르 법원은 이 법을 근거로 남성을 기소할 수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리 총리는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정부는 가족을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는 요소로 계속 인정할 것”이라며 “가족과 결혼에 대한 정책은 변경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서 우리의 지배적인 규범과 사회적 가치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향후 헌법 개정을 통해 가족의 전통적인 가치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소식에 싱가포르 성소수자 및 인권 단체들은 “안도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무슬림, 가톨릭, 개신교를 포함한 일부 종교 단체는 이 법의 폐지에 계속 저항하고 있다. 80개 이상의 교회가 가입한 한 단체는 “우리 아이들과 싱가포르인의 미래 세대가 살아갈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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