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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 김재형 대법관 다음달 4일 퇴임…‘미쓰비시 현금화’ 이달 결정 나올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현금화)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결정을 미뤘다. 미쓰비시의 국내 특허권·상표권을 매각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신청 사건을 심리불속행(약식) 기각할 수 있는 시한이 지난 19일까지였는데, 디데이를 일단 넘긴 것이다. 한일 관계 최대 뇌관인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고심하던 윤석열 정부로선 시간을 번 셈이지만 길지는 않다. 특허권 매각 사건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의 임기가 2주일 뒤 9월 4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9일 업무시간인 오후 6시까지 미쓰비시가 특허권 2건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사건 결론이 심리할 필요도 없이 명백할 경우 원심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이다.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면 미쓰비시의 재항고가 기각되고 자산 매각 명령(현금화)이 확정된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은 미쓰비시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르지 않아 불거졌다. 피해자인 김성주(93) 할머니와 양금덕(93) 할머니 등 5명은 미쓰비시가 운영하던 공장에서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미쓰비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1인당 1억~1억 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쓰비시 측이 이를 외면하자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는 각각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에 보유한 상표권 2건과 특허권 2건에 대한 압류 명령 및 매각 명령을 법원에 각각 신청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은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압류 명령을 확정했고, 같은 달 대전지법도 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미쓰비시는 현금화에 반발해 항소에 나섰지만, 올해 1·2월 2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지난 4월 미쓰비시는 재항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최종 현금화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심리불속행 기각 대신 본안 심리로 들어가게 된 것은 외교부가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결정을 보류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낸 것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김재형 대법관이 다음 달 4일 퇴임할 예정인 가운데 이달 말 재판부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법원 측은 다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언제까지 결정하겠다고 방침을 정하거나, 대법관들 사이에 합의가 된 바가 없다”며 “김재형 대법관 퇴임 전까지 결정키로 방침을 정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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